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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몽 Jun 22. 2017

아기 고양이 호야

고양이 온 첫날


6월 초여름 중순이다. 간만에 화장을 하고 외출을 나갔던 딸이 계단을 올라온다. 어디선가 간간이 냐옹냐옹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설마, 고양이를 ...

딸은 현관문을 열면서 작은 박스를 껴안듯이 들고 있다. 그리고 비닐 봉지에 들고 있는 고양이 사료. 모래.

더위에 익은 딸의 얼굴은 행복한 미소로 가득했다.

-어머, 고양이 산 거야? 어쩌려고...

어쩌려고라는 말은 한 달 전 강아지를 들였다가 다시 되돌려준 사건이 있었기에 이번에  또 감당하지 못하면서 일을 낸 것이 아닐까해서였다.

-엄마, 너무 귀여워서 어쩔 수 없었어요.

딸은 고양이를 상자에서 꺼내면서 말했다.

-아우 어쩔려고 키울 수 있을까.

-이 고양이는 얌전하대요. 아메리카 숏헤어종이라는데 키우기 괜찮대요. 혼자 잘먹고 잘논다고 하고요.

새끼 고양이는 회색과 흰색이 섞여서 마치 새끼 호랑이를 보는 듯했다. 눈은 귀엽고 똘망했다.

 새끼 고양이를 손으로 쓰다듬고 안다보니 어느새 고양이를 어떻게 키울지에 대한 걱정을 하게 된다.

-이름은 뭘로 하면 좋을까?

여러 이름을 들먹이다 호야로 결정했다. 이 이름이 내일 다른 이름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호야라고 부르기로 했다.

 딸은 고양이와 놀아 주면서 귀여워서 어깨를 으쓱인다. 그리고 자신이 고양이를 왜 선택할 수 밖에 없는지 그 운명의 징조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며 타로카드를 펼쳤다.

-타로카드가 뭐라고 말하니?

고양이는 식탁 아래 나의 겨울용 슬리퍼 위에서 잠을 잔다.

-외로우니까 외롭게 지내지 말라고 온 선물이래.

하지만 난 모르겠어. 그냥 애견카페에 들어가고 싶었고 고양이를 보자마자 사고 싶었어.

-하긴 너가 올해 초부터 고양이 키우고 싶다고 노래를 했지.

-그래요. 정말 노래를 했죠.

난 오늘 아침에 호랑이 닮은 고양이 꿈을 꿨어요. 그래서 이 고양이를 샀나. 암튼 모르겠어요. 잘 산 건지.

-식구가 든 건데. 앞으로  감당해 나갈 일만 남았다.

걱정반 기쁜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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