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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몽 Nov 25. 2021

겨울햇빛

햇빛이 아까워

나는 화초와 다육이를 기른다. 2021년에 다육이 150개 정도의 국민 다육이가 나의 옥상에서 나라를 건국했다.

 다육이 한 두개씩은 매년 사서 저세상 보내곤 했는데 그때 한번도 검색하고 공부해볼 생각은 내지 못했다. 다육은 식물 선인장 화초와 동의어라고 생각했기에 그저 생각만으로 대응했더니 그대로 보내기 일쑤였다.

 어느새 여러개 화초에 흥미를 갖으면서 식물에 대해 공부를 하다보니 생육 상태를 어떻게 맞춰야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식물은 태어난 환경이 모두 다른 종족들이라서 고향의 조건들을 어느정도 맞춰줘야 잘자란다. 아니 잘 죽지 않는다.

햇빛을 견디는 정도도 다르고 물양도 다르고 흙의 조율도 다르다. 매우 세심한 전문적 앎이 필요하다.

 개성이 강한 존재들이라는 걸 깨닫고 나는 깊은 깨달음을 얻는다.

식물도 이렇듯 성격 환경 등등이 다른데 사람은 오죽이나 하겠는가.

내  고집대로 키운다면 모두 죽일  게 뻔하다.

상대를 알고 거기에 환경을 맞춰줘야 식물은 내게 기쁨을 선사한다.

 맞추는게 까다롭고 힘들지만 배려를 하면  나의 정성에 응답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 했던가.

상대를 알기 위한 노력이란게 참 중요한  것이다.

 겨울이 되자 햇빛이 귀하다. 꽃이나 식물은 햇빛이 부족하면 면역이 약해져 죽어버린다.

 적당한 햇빛 적당한 바람 적당한 물.

다육이 화분을 들고 5분 마다 이동하는 햇빛을 쫒아다닌 적이 있다.

 겨울은 춥고 삶도 춥다. 햇빛마저 짧고 오래 머물지도 않는다. 내가 선 자리가 그런 곳인걸 어쩌리.

그래서 일까 햇빛 희망고문은 더욱 절실해진다.

식물과 다육이를 키워보는 식물맘들은 내가 햇빛을 아까워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잘 알것이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힘들수록 운이 하락한 때  일수록 괴로울 때 일수록 사랑과 희망과 긍정은 더욱 아깝고 고프고 귀하다

금방 사라지고 옮겨가고 내게 머무는 행운도 기회도 짧다. 하지만 애타게  그 빛을 쫓아다니는 마음은 삶을 산다는 것이 절박하고 그만큼 살고 싶은 것이 나의 몸부림이라는 것이다.

 겨울일 수록 더욱 햇빛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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