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린이의 런데이 1주차 기록
큰 포부를 안고 시작한 런데이였다. 7주차를 완료한 친구를 보면서 꽤 순조로운 운동을 예상했으나 결론은 게으름에 다시 한 번 위대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평소 장롱에 꼼꼼 숨겨뒀던 운동복을 꺼내고 운동화 끈을 꽉 조여맸다. 첫 달리기인 만큼 나름 비장한 마음을 갖고 출발한 것이었다.
마스크를 끼고 오후 5시쯤 동네를 나섰다. 동네에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직선 길이 존재했다. 종종 산책 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인적이 드물어 달리기하기 딱 좋은 코스였다.
두근대는 마음과 함께 런데이 어플을 켰고 음성지시에 귀를 기울였다. 깔끔한 목소리의 남자 성우가 나를 반겼다. "시작이 절반이기에 런데이와 함께하는 당신은 벌써 절반을 성공했다는" 다소 상투적이지만 힘이되는 말로 의지를 불타게 했다.
※ 참고 : 런데이 어플은 음성지시에 맞춰 달리기 때문에 무선 이어폰이 편하다. 음성 내용은 주로 동기부여나 달리기 운동에 관한 지식, 시간 알림 등으로 구성되며 달리기가 지루하지 않게 잘 짜여져 있다.
첫 날은 1분 뛰고 2분 걷기를 약 30분동안 반복하는 루틴이었다. 초반 준비 운동겸 5분 걷기만 해도 꽤 힘차게 걸었다. 남자 성우가 하는 말들이 너무 달콤했기도 했고! 혼자 뛰는 것이 아니라는 둥 8주차면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을거라는 둥 설레는 말로 달리기를 계속 '진행하게' 했다.
드디어 1분 뛰기가 시작됐다. 절대 무리하지 하지 않는 선에서 뛰라는 음성 지시를 명심한 채 달렸다. 고작 1분을 달렸는데 숨이 꽤 가빴다. 2분 걷기가 시작되는 동안 내내 "나 저질체력 아닌데 왜 이렇게 숨 가쁘지?" 라는 의문이 솟구쳤다.
1분 뛰기 또 시작. 설렁설렁 뛸 수도 없는게 런데이 성우가 자꾸 할 수 있다고 응원을 한다. 그렇게 약 30분을 반복하고 나니 몸이 너덜해져있었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숨은 가쁘고 순간 건강에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첫 날이니 몸이 적응을 못했을 것이라고 얘서 위로했다. 그리고 격일로 진행되는 운동인만큼 다다음 날을 위해 휴식기를 충분히 가지려고 노력했다.
3일차 2번째 달리기도 처음과 비슷했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숨은 가쁘고 뛰는 내내 다다음날 달리기가 하기 싫어졌다. "1분 뛰기 2분 걷기" 언 뜻 보기에 쉬운 공식이 나를 너무 괴롭게 만들었고 결국 삼일을 연달아 쉬었다.
게으름과 나약함에 지는 기분이란 참 별로다. 몸은 편하고 좋은데 마음 한 구석이 계속 불편하게 했다. 일주일에 3번만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도전했는데 고작 3번 째 뛰기도 전에 고비가 왔다니 말이다.
계획 미루기 달인인 내가 30분을 투자하는 운동마저 미룬다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 같았기에 런데이를 포기하기 전 생각을 끊고 3일 차를 달렸다.
역시 죄책감은 실행하면 사라진다더니, 달리기 후 나를 괴롭혔던 근육통들은 고됐지만 게으름을 물리친 대가라고 생각하니 달콤했다. 어쨌든 한 달 중 1주일 계획 하나를 달성했으니 스스로 대견하다고 생각한다.
하기 싫은 것은 생각 없이 진행해야 하는게 맞는 것 같다. 생각이 너무 많으면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부정적인 생각과 변명이 너무 많아진다. 1주차는 게으름 매커니즘을 파악함과 동시에 2주차를 실시할 원동력을 얻었다. 힘들지만 이제 2주차로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