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선 사이 빨간 선

ETA

by 밴쿠버이작가


“내일 거기 커피숍에서 보자.”




“응, 지금 찍어보니까 25분 걸리네. 아마 내일 그 시간쯤엔 25~30분쯤 걸릴 것 같아.”


“응.”


정확. 또 정확.


땅 넓은 캐나다에서 이민자 삶이란, 라이드하고 장보고 하려면 차 한 대 정도는 기본 옵션 같은 기분이고, 약속 시간도 웬만하면 다 맞출 수 있다.


구글이라는 네비를 쓰면 교통 상황까지 예측해서 ETA (Estimated Time of Arrival) 도착 예측 시간까지 알려준다. 그러다 보면 ‘조금 더 늦게 나가도 되겠지’ 하고

괜히 마음이 늘어진다. 믿는 구석이 생기면, 사람은 게을러진다.


구글이 25분 이랬으니까, 오분만 빨래 개고, 5분만 정리하고.


네비의 파란 선을 보는 게 어느새 삶의 일부가 됐다. 가까운 거리에도 난 먼저 도로 상황을 확인한다. 우리 동네는 중간중간 도로 확장 공사도 많고 물 파이프 재정비 공사도 잦아서 날에 따라 차선을 하나로 나눠 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실 요즘들어 몇개월 계속 인듯 함.


역시나 구글 네비는 도착 지점 중간의 파란 선 다음 빨간선으로 아주 선명하게 알려준다. 도로 막힘!!!!! 그럴 땐 조금 돌아가더라도 지구 반바퀴 돌듯 돌아 돌아 간다.


사람도 다 똑같다. 나 같은 사람, 30프로. 나처럼 구글 네비로 검색해 모인 차 한대 뒤에 또 한대 그 뒤 또 한대 그리고 나… 내 뒤에 또 한 다섯대가 대기중이다. 거기도 막힌다.


아.. 내 시간..


낭비는 나쁘다 배웠다. 음식, 시간, 돈, 재료, 뭐든 다 낭비는 나쁘다 배웠다. 아깝다 배웠다. 그래서 네비는 더 중요해진다. 주어진 시간 안에 두 가지 일보다 더 많은 걸 해내고 싶은 마음, 좋은 목적 의미를 두고 있는 일은 과연 욕심이.. 아니지 않나?


왜 욕심 부리면 안 돼? 너도 좋고, 나도 좋은데.


파란선과 빨간선. 들여다 보고 싶지도 않았는데.. 자꾸 보란다. 오늘도 고민한다. 그 길을 가볼지, 돌아갈지.



밴쿠버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