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 환자, 감정의 양극단을 오갈 때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몇 달 만에 만나는 것 같은데 내가 단약으로 집에 쳐박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동안 그 애는 사업 구상도 하고 여기저기 다닌 모양이었다. 분명 내가 만나자고 해서 만난거였는데 왜이렇게 불편하던지. 자격지심일 수도 있겠다. 그애는 늘 긍정적이고 낙천적이고 미래지향적이었으니까. 내가 갖지 못한 것들을 가지고 있고 말이다.
가끔 세상에 내 자리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표현할 수 없는 절망감이 온몸을 짓누른다. 나는 그대로 땅 속까지 파묻힌다. 분명 약도 다시 잘 먹고 있고 불편했던 식욕 증가도 많이 없어졌는데 문제는 내 자리가 없다. 내가 일 할 수 있는 공간, 내가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나는 아직도 독립하지 못했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든 정신적인 부분에서든 말이다. 기분은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고 그런 스스로에게 질려버렸다. 이런 상황이 지겨워 모든걸 그만 두고 싶어질 때에도 나는 용기를 내지 못했다. 늘 그래왔다. 누군가에게 연락을 해볼까 휴대폰을 집지만 결국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못했다. 그저 짐이 되는 것 같달까.
지방 어딘가에 작은 방을 얻는 상상을 한다. 그리고 일을 한다. 어느 작은 공간에서 나는 일을 한다. 달달이 월급도 받고 나의 공간을 꾸며간다. 그렇게 소소하게 살아가는 상상을 한다. 결코 이루어지지 못할 상황들을 상상한다.
세상에는 내 자리가 없다. 가정에서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정신 질환자인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방구석에서 우는 것밖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