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전시 보조를 한 뒤 다른 사업에 참여하게 돼서 일을 하게 된 지 두 달쯤 됐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생각보다 시간은 더디게 흐르고 있다.
오늘은 내 생일이다. 항상 생일이 다가오면 우울해지곤 했다.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확인 사살 같아서. 달력의 그 숫자가 나를 쿡 찌르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번 생일은 과분하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물론 그 사람들은 평상시에도 나에게 사랑을 주고 있었을 것이다. 생일이라는 특별한 날에 선물과 축하한다는 말이 더해져 그 사랑이 비로소 눈에 보이는 것이다.
어쨌든, 오늘 일을 하던 중 교수님과 갑작스럽게 면담을 하게 됐다. (물론 쓴소리도 애정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믿는다.) 면담이 끝난 뒤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미 몇 번이고 도망을 쳐서 교수님을 실망시킨 전적이 있다. 그럼에도, 먼저 다시 한번 손을 내밀어 주신 거다. 감사한 일이다.
나는 어느새 서른이 넘었고 내 주변에는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나는 한 번이라도 내 삶과 미래에 대하여 진지했던 적이 있나? 간절하게 매달린 적이 있나? 없었던 것 같다. 나에게 있어 내 삶에 대해 확실했던 단 한 가지는 '일찍 죽을 것이다' 뿐이었다. 늘 아슬아슬한 줄을 잡고 있고 그 줄은 언제든 놓아버릴 수 있다고. 그래서 미래를 생각하는 것 따위는 사치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그 생각이 송두리째 뽑힌 날이다.
마음이 뒤숭숭하다. 생일은 행복하게 보내라고들 하는데, 왜인지 우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