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뭐가 될 수 있을까
스페인 여행에서 모든 것이 명확해진 것만 같았는데 마주한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오늘 내내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감을 애써 억눌렀다. 안정제를 두 개나 먹고 출근을 했는데도 말이다.
올해 지원하려던 대학원은 자격 미달로 못 쓰게 되었다. 이렇게 또 허투루 나이만 먹는구나. 작가로는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도망친 곳인데 역시,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는 모양이다.
사람들 틈에 있는데도 외롭다. 다들 어디엔가 속해있다. 동기든, 가정이든. 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해 늘 쓸쓸하다. 그걸 감추고 혼자가 좋은 척한다. 이렇게 자기 연민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내일은 또다시 병원에 가는 날이다. 뭐라고 해야 할까. 나는 잘 지냈다고 거짓말을 할까. 말이 길어지는 건 싫은데. 약이나 받아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