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을 읽어준 분들은 아시겠지만 우리 아빠는 그다지 다정하고 가정적인 사람은 아니다. 폭력적이고 가부장적이던 모습을 보고 자란 나는 어느 순간부터 남자 자체가 두려워졌다. 특히 화나있는 남자들 말이다. 어찌나 심장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나던지. 다 컸다고, 극복해 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여전히 열 살 그 순간에 갇혀있다.
나는 인센스 스틱을 피워 놓는 걸 좋아한다. 마음이 평화로워져서. 그런데 그걸 보곤 장례식장이냐며 핀잔을 주던 아빠가 밉다. 나름대로 무기력을 극복하려고 3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운동을 다녀왔는데 고작 그것밖에 못했냐며 무안을 주는 아빠를 증오한다. 어쩜 저렇게 말에 가시가 있을까. 단 한 번이라도 따뜻한 한 마디 못 해줄 망정.
난 나이가 서른이 넘었는데도 열 살이다. 화 난 남자들에 벌벌 떨고 커진 목소리에 눈물을 주룩 흘리는 열 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