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신들

by 유진

2018년 초여름 즈음이었던가 나는 문신을 했다. 그때 나는 우울증이 심해 조금이라도 불안하거나 화가 나면 매번 손목이나 허벅지를 긋곤 했는데, 내 나름대로 자해를 방지하고자 내린 결정이었다. 처음엔 팔 안 쪽에 자그마한 레터링을 했고, 그다음엔 손목에 15cm가량의 꽃을 했다. (이 꽃은 지금은 지워지고 없다.)

문신을 하면서 자해는 줄었지만 문제는 문신의 개수가 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문신은 또 다른 자해였다. 2019년이 되고 조울증이 심해진 나는 문신이 있는 내 팔을 잘라내고 싶어졌다. 손목의 문신을 지우기로 결심했다.

지금은 문신 두 개가 지워졌지만 아직 흔적이 남아있고 지우지 않는 문신들이 팔에 있다. 엄마는 가끔 내 문신들을 만지작거리며 지우면 안 되냐고 한다. 나는 그럴 때마다 소리를 바락바락 지우고 싶다. “그러게 왜 날 정신병에 걸리게 했어!”

문신을 한 것은 나의 선택이다. 지우고 싶어 지운 것도 나의 선택이었다. 그런데 왜 엄마가 미울까. 아빠가 미울까. 나는 아직도 가슴에 와 꽂히는 아빠의 말들에 손목과 허벅지를 긋던 나를 기억한다. 문신은 그나마 덜 아팠다.

나는 더 이상 자해를 하지 않는다. 문신도 받지 않는다. 문제는 남겨진 그 흔적들인데, 난 이것들을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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