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오늘 오전에 진료가 되어 있었는데 아버지 출장길에 따라나서는 바람에 진료를 뒤로 미루게 되었다. 덕분에 약 없이 수요일까지 버티게 생겼다. 일단 지금 불안 증세는 안정제로 달래 놓았지만 자기 전 먹는 약은 아예 없고, 아침약도 없다. 정말 큰일이다.
약을 먹지 않으면 금단 현상이 밀려온다. 갑작스러운 불안 발작과 온갖 피해망상들이 그 예이다. 전에 출근을 하던 때에는 병원을 잠시 옮기느라 약을 일주일 이상 먹지 못했는데, 그때에는 일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한다는 망상에 시달려 출근을 하지 못한 적도 있다.
자기 전 약은 보통 저녁을 먹은 직후인 일곱 시쯤 먹는다. 그러면 몇 시간 후 잠이 든다. 잡생각이 들 틈이 없다. 그런데 오늘 같은 약이 없는 밤은 유독 그 시간이 길다. 나는 벌써 나의 무가치함에 대해 머릿속에 나열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누군가 스쳐가듯 나에게 한 말에 대해 곱씹으며 생각한다.
그럼에도 시간은 흐르고 내일은 올 것이다. 부디 6일이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