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란 무엇일까요
사는 동네에 친구와 함께 쓸 작업실을 얻었다. 계약 한 지는 한 달 정도 되었는데, 가구를 들여놓고 이것저것 준비하고 정리하다보니 정작 작업을 할 시간이 없었다. 친구는 중학교 동창이고 동양화 작업을 한다. 개인전과 단체전 경력이 있는 멋진 친구다. 이런 친구가 진정한 작가가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개인전은 전무하고 단체전조차 참여한 적이 없다. 사실 작업 자체를 시작하려고 마음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동양화 작업은 거의 십년 전 졸업 전시 때 그린 것을 제외하고는 없다.
혼자 작업을 한다고 해서 작가일까, 어찌됐든 사람들 눈에 들어오는 결과물을 내어보여야 작가가 아닐지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잠깐동안 우울감이 찾아왔다. 그동안 내가 이것저것 하며 방황하는 동안 작가들은 우직하게 자신만의 작업물을 내어 놓고 있던 것이다.
일단 그동안 쓰지 않아 굳은 손을 풀기로 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나도 나의 길을 천천히 걸어 가야지. 정해진 운명같은 것은 없다고, 오로지 선택만이 있을 뿐이라는 말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