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에 갔어야 했던 병원을 미뤄 오늘 다녀왔다. 지난 2주가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사실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다 털어놓기에는 선생님의 말이 너무 빨랐고, 나는 그것을 얼른 나가보라는 것으로 받아들여버렸다. 허무했다. 사실 5분도 안 걸린 것 같다. 입을 떼기도 전에 ‘다음 진료는 언제로 잡겠냐 ‘는 선생님의 말에 그만 모든 게 멈춘 기분이었다. 멍해졌다. 이럴 거면 한 달에 한 번 봐도 되지 않나요 우리?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한 달에 한 번 성남시 보건소 자살예방센터에서 상담을 받는다. 상담은 꽤나 현실적인 것들을 다룬다. 예를 들면 경제적인 문제라던지. 그래서 불편하기도 하다. 저는 제 상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라는 말은 또 입 안에서만 맴돌 뿐이다.
꽤 괜찮았던 병원이 있었는데 관악구에 있다. 집에서 한 시간 반 거리이다. 아쉽다. 서울에서 자취를 할까. 아니, 무슨 이런 상황에 자취인가 싶다.
날이 추워졌다. 괴로운 밤이 길어지는 시기가 오고 말았다. 나는 이 계절을 또 버텨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