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멀스멀

by 유진

요즘 들어 스멀스멀 자살 사고가 든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실에, 내가 준비하지 않았던 탓이 크지만, 이렇게 살아봐야 뭘 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어떻게 세상에서 사라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한다. 어떻게 해야 남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지 않고 나를 잊어갈 수 있을까 생각한다. 이런 생각에 잠식되다 보면 어느새 깊은 밤이다.

나는 왜 살기 싫을까? 엄밀히 말하면 사는 것이 왜 두려울까? 20대 때에는 내 삶은 거기서 끝일 줄 알았다. 아마 그래서 더 대책 없이 살았던 것 같다. 병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그토록 미워하던 아버지를 용서하고, 가족을 사랑하게 되면서 고민은 더 깊어졌다. 행복해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행복하지 않다. 불행한 건 아닌데 하루하루가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스스로가 가치 없게 느껴진다. 그런데 내가 사라지면 우리 엄마는 어떡하지? 누가 엄마 일을 도와주고 아픈 손을 대신해 설거지를 해주지? 내 빈자리는 얼마나 지나야 메워질까? 나는 사라지면 그만이지만, 남은 사람들의 고통은 어떻게 감당할까. 별 상상을 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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