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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나무숲 Aug 04. 2017

[우주주의보] 자기 우주를 챙깁시다

Odd to our universe

​다수의 지인들에게 확인한 결과,
우리들은 공통적으로
우주의 축소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가장 우려하고 싫어했던 일이 시작되었다.

내 우주의 잠식.

새로운 우주에 발을 내딛는 것 만으로도 블랙홀에 빠져 소멸되듯 위태로워질 만큼 나의 우주는 그토록 굳건하지 못했던가


요즘 우리들의 화두는 이 것이다.

우리의 우주는 확장중인가 명멸중인가.


일기를 쓰지 않은지 오래고 일기는 커녕 내 특유의 만연체를 일필휘지로 뽑아낼 그 어떤 여유도 나는 스스로에게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 업은 바뀌었고, 그토록 원했던 우주에 당도하였음은 자명한데 어째서 느껴지기에 나는 점점 사라지는 것 같을까


절대 부족.

내 우주를 유영할 나만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이 작은 머리로 꾀어낼 수 있는 최대한의 변명이다. 이런 일이 있었다. 하루종일 전화 통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고 키보드로 글을 써낸 뒤 오랜만에 나의 우리들 존재를 만났다. 서로의 요즘살이를 재빠르게 공유하고 습관처럼 고민거리를 뽑아내며 별다를 것없이 우리같은 대화를 나누던 그 때.


몇 개월만에 아주 처음으로 내 목소리를 들었다.


내가 말을 하고 있었다. 안경알에 늘러붙은 속눈썹 발견하듯 아주 어색하고 민망한 순간이었다. 줄곧 함께 있었으나 줄곧 따로 있었던 존재를 인지한 순간. 그러나 순간은 찰나 내 우주와의 만남은 단 한번의 "쓱싹"과 "(날숨)후-" 한번으로 범접할 수 없는 속도로 멀어졌다. 혹은 다시 쪼그라들었다 해도 무방할 것이다.


잠을 자는 것이 피곤하게 느껴질 정도로 밤새 나와 글을 쓰며 얘기나눴던 시절이 있었다. 나와 나의 대화는 무척이나 중구난방인데다 또한 들쭉날쭉 진동의 폭이 너무나 커서 때로는 스스로도 버거울 정도였지만 그래도 나와의 대화만이 내가 내 우주를 넓혀갈 수 있는 유일하고도 진실어린 방법이라 믿었던 그 때.


절대 과잉.

누군가는 자기만의 방에 끝끝내 잠식당해 우주바깥으로 나오기 힘들거라 경고했고 또 누군가는 기꺼운 마음으로 내 우주의 곁가지를 더 풍성하게 해주었던, 진짜 사춘기같았던 그 시절의 내가- 다시 되려면.아니, 다시 만나려면, 아니, 되어 다시 만나려면, 아니, 만나 다시 되려면. 여름밤의 알싸함 발판 삼아 먼지 툭툭 털고 다시 내 우주에 입장-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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