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대교에서 인생을 만나다

가을 어느 날

by 김지혜

언젠가 자전거를 타고 마포대교를 건넜었다. 그날의 하늘은 살짝 흐릿했고 선선한 가을 날씨였기에 자전거를 타기 적당한 온도였다. 달릴 때의 바람의 감촉이 적당히 수분을 머금어 촉촉하게 느껴졌다. 마포대교의 초입을 지날 때, 앞에 어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다정히 손을 붙잡고 걸어가시는 뒷모습이 점점 가까워져 보였다. 그날의 하늘과 그 모습이 어쩐지 그림 같아 보여서 나도 모르게 달리는 자전거를 멈추고 그 풍경을 사진으로 남겼다. 내 미래에도 누군가와 손을 꼭 붙잡고 반짝이는 한강을 보며 걸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미래에 대한 생각을 제쳐두고 다시 달렸다. 달리다가 어떤 여성분이 마포대교 가운데에 위치 한 공중전화에서 전화기를 들고 있는 광경을 봤다. 그 전화는 생명의 전화로, 자살 대교로 유명한 마포대교의 누명을 벗고자 다리 난간에 쓰여진 다양한 문구와 함께 자살 방지를 위해 설치된 것이다. 어떤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자전거를 타고 싶은 날씨인 반면 누군가에겐 삶을 포기하고 싶은 날씨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뿐만 아니라 더욱 쉽게 지나치지 못했던 이유가 있었다. 수화기를 들고 있는 여자 뒤에 어떤 남자가 제자리에서 뜀박질을 하며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운동을 하러 나온 것 같은데, 혹여나 벌건 대낮에 험한 일을 할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바로 뒤를 지키며 뜀박질을 하고 있는 듯했다.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것만 아니라면 말이다. 나도 혹여나 하는 마음에 다리의 막바지에 다를 때까지 뒤를 돌아보았다.


다리를 달리는 몇 분 남짓한 시간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인생은 기나긴 다리를 건너는 걸 수도 있다. 인생은 생을 시작한 순간부터는 죽음을 향해 걷는 기나긴 과정일 뿐이고, 걷던, 뛰던 자신만의 다리를 자신의 페이스대로 건너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중간에 다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이 드는 순간도 있을 테지만, 조금만 더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그땐 그랬지, 하고 웃는 순간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주름이 자글한 누군가의 손을 붙잡고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반짝이는 한강을 거닐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일들은 지나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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