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닐 리 없다

이태원 참사를 마주하며

by 김지혜

이태원 참사를 본 날, 내상을 입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그게 내가 아닐 리 없었다.

수없이 지나갔던 길이었고, 한 번쯤 가 본 축제였으니까.

며칠 동안 가끔씩 짓눌리기도 하고 가끔씩 숨통을 조여오기도 했다.

선잠을 자다가 깼을 때 악몽처럼 눈앞에 나타났지만 그건 꿈에서 깬 현실이었고,

웃긴 건 꿈속에서는 이런 일은 잊고 행복해 보였다.

현실이 더 악몽이었다.


아무 악의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악의 없이 모인 사람들의 축제.

안전에 국민에 관심이 없는 책임자들이 모여서 죄 없는 사람들의 비극을 만들었다.

책임을 지지 않는 책임자들.


나는 산산조각이 나고 있다.

제빵공장에서 빵을 만들다가 기계에 끼어 사망한 일을 들은 그날도

전남친에게 50번의 칼질에 무참히 죽어버린 일을 들은 그날도

내가 아닐 리 없었다.

어느 날은 제빵사가 되고 싶었고, 어느 날은 달콤한 연애를 꿈꾸기도 했으니까.


결국 가장 약하고 어리고 가장 무력한 사람들이 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거다.

나처럼.


자꾸 이런 생각이 든다.

그들이 내가 아닐 리 없다는.

어떤 세계에서는 내가 계속 죽고 있다.

죽을 거라는 걸 다 알고 있는 나는 절규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바꿀 수 없다.

그냥 미안함에 눈물만 흘릴 수 있다.

그게 시스템이니까.

결국 또 나는 마음속 어딘가에 있는 나의 세계를 파괴한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살아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끔찍하게도 살아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

하지만 수많은 지뢰가 놓인 길 위를 걷는 느낌이다.

언제 누가 나를 공격할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지켜 주진 않는다.

이런 일이 왜 일어날까

이런 일을 막을 수는 없었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뭘,,, 할 수가 있을까? 진짜?


바뀌어야 하는 시스템은 바뀌지 않고

애꿎은 할로윈만 없어졌다.


마치 할로윈이 잘못이라는 것처럼.

존재 자체가 잘못이라는 것처럼.

이루 말할 수 없는 끔찍한 대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끔찍한 악몽들이 왜 계속되는지도.

더 이상 날 잃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