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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현 Feb 19. 2021

지하철에 사람이 많은 게 내 탓은 아니지

인과관계

 

내 오래된 생각 습관 중 하나는 인과관계를 따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격에 관한 것이면 성장과정을 모조리 꺼내 뒤집고 헤집어 내가 이런 사고방식과 습관을 가진 이유를 찾아내 연결을 시킨다. 나는 그럼 조금 이해가 되고 조금 서글퍼진다. 대부분 나에게 발생하는 크고 작은 일에 내가 바로 이전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내 어떤 성격 때문에 이 지경까지 된 건지 원인을 찾는다. 이 습관이 어느 정도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은 자신의 태도와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면서 상황을 헤쳐가는 데에 도움이 되거나, 다음에는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하지만 오랜 시간 이런 사고방식을 취하다 보면 방사능이 몸에 쌓이듯 독이 조용히 쌓이는 데 '자책'과 '불안'이다. 결국 원인은 늘 '나'로 돌아가기 때문에 자책의 의미에 가까운 태도를 취하게 되고,  발생한 일들을 통계내며, 전혀 새로운 일임에도 지난 일과 연결시켜 결과를 예측하며 불안하게 된다.


인과관계를 따지는 것이 장기간 효과를 낼 수 없는 이유는 인생은 애초에 연결고리 따위는 없기 때문이다. 삶에서 일어나는 대부분 일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 그렇게 시작된다. 그냥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일 뿐이다. 내가 그러지 않았으면 그 사람은 조금 달랐을까? 아니다. 세부적인 이야기는 달라져도 결과는 달라질 것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내 선택과 상관없이 그 사람의 선택일 뿐이다.  그러니 원인과 결과를 찾는다는 것이 애초에 어불성설이다. 삶은 치밀하지도 않고, 계획되지도 않는다. 이것이 드라마와 다른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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