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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현 Jun 25. 2024

아주 솔직하게 써 본 일기

지난 8월의 어떤 하루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바뀌어. 여기서 내가 뭐 하는 건가 하며 집에 가고 싶다가도, 여기 처음 막 왔을 때 느꼈던 그 고립감을 떠올리면서 1년 정도는 꾸준히 지켜봐도 좋잖아 하며 스스로 달래. 그렇게 매일을 나를 상대로 아웅다웅하며 지내. 나는 아무래도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니 의미 없이 웃으며 보낸 그런 시간들을 누구보다 더 자주 그리워하게 되는 것 같아. 그리워하지 않을 수는 없을 거야. 의식이 미치기 전에 이미 머릿속에 지난 장면들이 가득하니까. 그래도 마무리는 항상 나를 현재에 돌려놓으니까 아직은 괜찮은 것 같아. 5년, 10년 전의 내가 외로움을 대하는 태도와 요즘의 나는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자주 외롭고, 낯설고, 오늘의 외로움이 가장 강한 것처럼 느껴져. 그러다 일기를 뒤적거리면 지금 이 순간 못지않게 힘들었구나 싶어서 마음이 조금 수그러들기도 해. 남의 불행을 가지고 와 내 행복을 꾸며서는 안 되지만 내 불행을 가져와 현재의 안정을 찾는 건 괜찮지 않을까. 별게 다 고맙게 느껴진다.



요즘엔 가정을 이루고 싶어. 이상해. 나는 좋은 가정을 만드는 것을 꿈꾸는 사람이지만 이런 구체적인 기분이 든 적은 없었어. 남편과 아이와 함께 여행을 가고 싶다든지, 휴가를 가고 싶다든지, 일상을 보내고 싶은 그런 생각과 상상을 나도 모르게 하곤 해. 나이가 들어서일까. 막연히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궁금증과 핑크빛 미래를 상상하는 것일까. 당장 할 수는 없지만 이런 내 변화가 신기하기는 해.



카드값을 결국 아주 밀렸어. 항상 연체되지 않게 어떻게든 맞추려고 발버둥 치고 스트레스받고 그랬는데 그냥 놓아버렸어. 그랬더니 별일은 없어. 신용등급이 좀 떨어지고, 카드 한도가 낮아졌어. 정지도 당했고. 정지는 하려고 했던 거니까 상관없고. 한도도 낮아져도 당분간 쓰지 않을 것이니 괜찮아. 나중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지금 나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르겠어. 갚아야 할 돈이 너무 많아. 차곡차곡 모으는 수밖에.



며칠 새에 한국에서 흉기 난동 관련 사건이 봇물 터지듯 발생하고 있어. 이 일이 어떻게 확장될지 앞으로가 더 걱정이 돼. 한국 인구는 호주 인구의 2배인데 그 좁은 땅에서 옹기종기 어떻게 살았나 몰라. 물리적으로도 사람들에게 여유가 없는 것은 확실해. 물리적인 조건은 사람의 심리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니까 말이야. 한국 사회는 여유는 부족하고 압박이 큰 것은 사실이야. 그런 점들이 사람들을 과열시킨 건 아닌가 싶어. 사람들이 이 사건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 본질을 이야기 하지 않으면 오늘 겪은 그 일이 내일 똑같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거야. 난 그게 무서워.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꾸준히 뭔가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확실한 것 같아. 이 일로 내가 한국에 돌아가서 무탈하게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 상상만 해도 벌써 압박이 느껴지거든. 적응이야 하겠지만 지금의 이 여유가 아마 많이 그리울 거야.



내일은 마이카에 일하러 가는데 마음이 너무 무거워. 나쁜 경험들이 많아서인가 봐. 익스프레스가 많이 익숙하기도 하고 말이야. 그래 봐야 6시간 반 일하러 가는 건데 너무 긴장을 한 건가 싶기도 해. 수면제 반 알 먹고 잠들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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