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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현 Nov 18. 2020

코사무이를 아시나요

+80


담고 있는 말이 아주 많아서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엄두조차 나질 않습니다.

사실 여행을 통해 뭔가를 느끼고 배우고 감사한다는 그런 종류의 교훈들은 우스운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여행을 하는 중에도 여전히 그랬습니다. 여행이란 단지 크고 작게 다른 환경에서 평소보다는 자극적이고 낯설게 시간을 보내는 것 그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만큼은 제 생각에 확신에 찼었는 데, 역시나 건방진 생각이었습니다. 살이 차오르고 생각이 바뀌는 시간이 찾아옵니다. 매번 굳은 확신들이 부서질 때마다 부끄럽지만 마음에 평화가 오기도 합니다. 생각이 좀 더 여유로워진다고 할까요. 오토바이로 드라이브하던 중 만난 해변에서 짧은 글로 시작해봅니다.


집 나온 지 80일째가 되었습니다. 도망에 가까운 시작이었고, 불안한 시간들 속 여행을 즐기는 순간도 있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모든 시간들이 제 의도 속에 있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떤 날엔 스스로가 불안하기도 했고, 행하고 있는 행동들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그때의 제 모습을 외면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또 무섭다고 해서 모른 척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만 해서는 안되지 않는가요. 멈춰 서서 한숨을 돌리고 얼마큼 왔는지 무엇을 했는지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때 비로소 지난 시간들로부터 수확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어떤 종류이던 스스로 하는 일에 대해서 최소한의 믿음을 가지려고 노력을 합니다. 정말 쉽지 않은 일 중 하나입니다. 스스로에게 믿음을 가진다는 것.


 늘 느끼는 거지만 저는 남들보다 속도가 느립니다. 하물며 밥을 먹을 때도 서두를 줄을 모릅니다. 서두르면 늘 탈이 납니다. 웃기게도 사는 것도 그렇습니다. 확신 없이 서두르면 다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느리더라도 꾹꾹 눌러 담아 채워진 후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이 마음이 편합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여행의 순기능을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온 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집으로 돌아갔을 때 어떤 변명도 없이 해야 하는 일을 할 준비가 조금씩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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