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불꽃장작 Apr 03. 2024

5살 보물 1호의 떼쓰기

2023.3.28.

23년 3월, 5살이 된 1호는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적응을 잘할 수 있을지, 친구들은 잘 사귈지, 걱정이 앞섰지만 아이를 믿고 보내보기로 했다. 

그런데 유치원을 다닌 후 1호의 떼쓰기가 더 막강해졌다.

누가 유치원에 다니면 더 의젓해진다고 했지? 한번 나와 대면해 보시길.

"손 씻고 와서 밥 먹자~" 

"싫어! 이것만 보고!"

"TV 그만 보고 목욕하자~" 

"싫어! 이거 아직 안 끝났잖아!"

"빨리 옷 갈아입어!" 

"싫어! 싫어!"

"엄마! 안아줘~ 업어줘~"

"엄마! 나 쉬~ 쉬! 화장실 앞에서 보고 있어야 돼! 어디 가면 안 돼!!"

어린이집에 다녔던 4살,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화장실도 혼자 가고, 밥 먹을 때 TV도 스스로 끄고 와서 앉았는데..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걸까?

유치원을 보내지 말았어야 했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이가 바뀐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들었구나..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들이 화장실도 함께 가주고, 밥 먹기 힘들어하면 먹여주기도 하고, 옆에서 케어를 잘해주셨는데.. 유치원은 한 반에 25명이나 되니, 뭐든지 혼자 하느라 힘들었겠구나.

그래서 하원하는 버스 안에서 다들 기절해 있었구나.

그래, 그랬구나.

그럼 엄마가 그 정도 투정은 받아줘야지.

하지만.. 엄마도 힘들다..! 힘들다고..!!

돌쟁이 동생에 대한 질투는 점점 하늘을 찌른다.

"엄마는 2호만 안아주고! 2호만 밥 먹여주고! 2호만 예뻐하고! 2호만 뽀뽀해 주고! 나는? 나는!!"

하.. 엄마가 동생만 그렇게 예뻐했니?

그랬다면 미안하다만, 너도 방금 안아주고, 네 입에도 방금 밥 먹여줬잖아~

그건 누구였니? 1호 너 아니었니? 네 분신이었니?

그래도 큰소리 내지 말아야지. 차분히 말로 달래줘야지.. 하루하루가 쉽지 않구나.

정말 아이를 모시고 산다는 말이 는 말이구나..

이 시기 또한 지나가겠지.

그래도 1호를 먼저 달래주고 안아주는 게 맞겠지?

잘하고 있는 거 맞겠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불안과 의심이 고개를 든다.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여도 소용이 없다.

육아라는 게 누구나 힘들다는 말부터 나오지, 즐겁다 행복하다는 말이 먼저 나오진 않는다.

사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낳아 키운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따지고 보면 매 순간순간이 사랑스러울 때도 많다.

이 시간이 지나가는 게 아까울 때도 있다.

빨리 안 컸으면, 지금 이대로 있어줬으면.. 하는 순간도 있다.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연습부터 차근히 하다 보면 길이 보이겠지, 하며 오늘도 마음을 다잡고 힘내본다!

아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