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불꽃장작 Apr 03. 2024

보물 :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하고 아름다운

                                                                           2019년 4월, 내 보물 1호가 태어났다.

2022년 3월, 내 보물 2호가 태어났다.


서른 중반이 될 즈음, 결혼이라는 단어는 막연한 것으로 생각되어 크게 의의를 두고 있지 않을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매주 소개팅을 하고 있었다.

물론 나이 많은 딸을 걱정하시는 부모님을 염두해서도 있겠지만 내 인생에서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품고 있었기에 들어오는 소개팅을 거절하지 않고 여러 사람을 만나보았다.

역시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탐색하는 과정은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었고(그 자리에 나가기 위해 준비한 시간까지 합쳐서) 심지어 인터뷰당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면 그 자리를 당장 박차고 일어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소개팅에서 정말 잘 맞는 사람을 만나 결혼까지 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다들 아시겠지만 거의 불가능이라 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 아닐까?

그렇게 수십 번의 소개팅에 지쳐 가족과 지인들에게 이번이 마지막이다!라고 선언을 했다.

그런데 연락처를 준지 한 달이 다 되도록 상대방에게서 연락이 없다. 아, 마지막이라고 했는데 망했네.

넌 연락해도 내가 거절한다,라고 생각했다.

한 달 만에 연락을 해온 그는 너무 자연스럽게 그동안 바빠서 연락을 못했노라고 너무나 뻔한 변명을 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미안한 기색도 아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넘어간 듯하다.) 약속을 잡고, 약속한 날이 되기까지 매일 퇴근시간에 맞춰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무려 매일 1시간 동안이나 통화를 했다. 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과. (심지어 만나기 전에 전화통화하는 것도 싫어하는 내가! 보통 문자로 인사하고 약속 날짜를 잡으니까.)

그동안 통화하면서 그려본 그의 이미지와 너무 다른 느낌의 그를 만났고, 특별히 끌렸던 부분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그를 만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내 보물 1호, 2호의 아빠가 되었다.

 

내 인생에 결혼이라는 경험도 특별하고 이상하고 힘들었지만, 보물들의 탄생은 정말이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신비롭고 매 순간이 특별한 경험이었다.

임신, 출산, 육아. 이 세 가지는 나라는 사람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한 단어들이었다.

아니, 나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발가벗기는 과정이고,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과정이기도 한 것 같다.

그리고 나를 어른으로 성장시켜 주는 돈 주고도 못 살 값비싼 경험이다.

수많은 감정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왔다 갔다 하고, 내 자존감을 바닥으로 치닫게 했다가, 스스로를 칭찬하게도 하며, 울리고 웃게도 하고, 죽을 만큼 힘들지만 하루하루 또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는 이상한 존재들이다.

내가 죽을 때까지 내 보물들을 지키고, 성장시키고, 새로운 세상에 맞설 힘을 만들어주고, 가르쳐 주고, 든든한 백이 되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를 슈퍼우먼으로 만들어주는 힘의 원천이 되는 존재들이다, 내 부모님이 그러한 것처럼.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보물들과의 시간을 부족하지만 남겨볼까 한다.

철없던 시절 이 세상을 놓아버릴 생각까지 했었던 내가 보물 1호, 2호를 통해 더 단단해지는 이야기이기도 하지 않을까.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아이들과 함께하면서도 내 시간은 무조건 있어야 더 힘을 낼 수 있는 내가 이기적이면서도 다정한 엄마로 어떻게 성장할지 나도 궁금하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배우기 시작한 클레이, 종이 접기와 함께 글을 완성하고자 한다. 많이 부족하지만 그 부족함도 나이기에 부끄러움은 없다.

나 혼자 아이 키우는 것도 아닌데 유난이라고 생각하실 분도 없지 않겠지만, 난 그저 내 보물 1호, 2호의 이야기를 (매 순간 크는 아이들이므로 남기지 않으면 잊힐 것 같아 살짝 두려움도 있다) 남겨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다.


작가의 이전글 5살 보물 1호의 떼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