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송이 시간들

오늘의 날씨_대설주의보.

by 오늘의안녕

(2022년 연말의 글, 할아버지는 그리고 두 달 후 그곳에서 돌아가셨다)


며칠 째 눈이 펑펑 내린다.익숙한 풍경이 생경하게 비춰지는 날.

조용히 쌓이는 눈발을 바라보며 올해의 순간들을 회상해본다. 어차피 벌어질 일들이 벌어진다.

아무 일이 벌어지지 않아도 결국 시간은 흘러간다.


삶은 많은것을 주고 결국엔 모든것을 앗아가는 모양이다.

그리고 오늘은 할아버지가 요양원에 가시는 날이다. 그렇다. 이미 알고 있었고, 어차피 벌어질 일중에 하나였다.

그럼에도 이렇게 마음이 착잡한 것은 살아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그 문 으로 그가 들어간다는 행위, 체념의 시간 그 자체이다.


처참했던 그 옛날의 전쟁도, 첫번째 배우자의 죽음도, 아들의 죽음도, 치열하게 취했던 명예도… 그렇게 가뿐 생을 오롯이 겪어내고도 건재하던 그도 결국엔 그렇게 별볼일없는 노인이 되어버렸다는 것.

처절했던 삶의 종착지가 결국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허무감,쓰라림이 내것처럼 다가왔다.


그러면서 오늘저녁의 찬을 고민하고, 떨어진 주방세제를 주문하고

배부른 풍족감과 가끔 부재의 슬픔을 느끼는 삶.

내 삶의 끝은 어디로 향하게 될런지…


문득문득 씁쓸한 눈송이가 머리위로 내려앉는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