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영성장에세이
힘이 빠질 때면 문득 떠오르는 친구가 있다. 친구와 통화를 마쳤다. 가까이 살면서 자주 못 만나는 친구들은 대개 엄마라서 그렇다. 내가 아는 엄마는 죄다 바쁘다. 아니 대한민국의 엄마는 죄다 그렇다. 엄마인데 너무너무 여유 있는 엄마를 본 적이 없다. 엄마들은 언제나 시간이 없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자기와 아이를 위해 그 시간을 쪼갠다. 그래서 엄마들은 바쁘다. 친구와 오랜만에 통화를 하는데 이제 우리 나이가 나이인지라 자꾸 건강 이야기를 하게 된다.
엄마들은 많이 고민한다. 우리나라의 교육과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그리고 내 자녀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것에 있어서는 맹렬하게 싸운다. 몇 년 전 또 다른 엄마인 우리 언니는 학교의 석면 문제로 투사가 되었다. 나는 그것이 신기하다. 엄마들은 자신의 자녀를 위한 일이라면 목숨을 내놓는 일도 불사하는 것이다. 작년에 장안의 화제인 드라마에는 예술제에서 1등이 되라며 친구를 죽여서라도 이기라고 말한다. 그 장면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실제로 그런 엄마가 있을까? 드라마니까 더 자극적인 대사들이 오갈지 모르지만 어쩌면 저런 엄마가 또는 저보다 더한 엄마가 진짜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자녀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본다. 경쟁 사회에서 2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까. 또 3위권에도 들지 않는 아이들은 어떨까. 연일 매스컴에서 ‘학교폭력’에 대해 떠들어댄다. 최근에 본 영화 속 주인공으로 나왔던 한 배우는 ‘학교폭력’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얼굴만 봐서는 절대 그런 행동을 했을 것 같지 않지만 사람 일이란 모르는 거다. 진실을 알려고 하기 보다는 사람들이 붙인 딱지를 나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난 후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뒤늦게 밝힌 그 배우의 글을 읽고 오히려 진실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뇌가 피로를 느낀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초반에 쏟아지던 기사와 글로 벌써 나는 한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것이다. 그 일은 옳지 않았다. 그 피해자들의 부모는 어떤 심경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을까.
나는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다. 나를 키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을까?) 그래서 나 하나만 키우는 것도 벅차다. 그런데 아이를 키운다면 (왜 안 키운다면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언제 한 번 날 잡아서 이 생각을 물고 늘어져 봐야겠다) 방목하겠다고 생각했다. 간섭하지 않겠다. 최대한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겠다고 말이다. 어린 시절 엄마한테 관심을 받고 싶어서 자주 생각한 것이 있다. ‘맞고 싶다.’ 황당한 이야기지만 친구가 엄마한테 나무 빗자루 손잡이로 두들겨 맞는 걸 보면 어쩐지 저것이 진정한 가족관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미친 생각은 아이가 생긴다면 잘못한 것은 때려서라도 알려줘야 한다고 한 때 생각했었다. (물론 이런 나의 생각은 최근 ‘아동학대 뉴스’를 보고 많이 바뀌었다) 이럴 때 내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나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다. 이 말을 해석해서 다시 말하면 ‘엄마가 될 자신이 없다.’이다. 좋은 엄마가 되는 것에 대해서 몇 시간이고 떠들어댈 수는 있지만 내가 직접 좋은 엄마가 되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다.
언젠가 사주를 봤는데 이렇게 말했다. “아이를 낳으면 인생이 완전히 바뀝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까 이 말은 맞는 말 같다. 그러나 나도, 길에서 마주친 그 누구도 할 수 있는 말이다. 아이를 낳으면 인생이 바뀐다. 인생은 대부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지만, 자녀가 생기면 더욱더 그렇다.
나는 못 했지만 용기 있는 엄마가 되기로 한 여자들을 응원한다. 아직도 엄마가 되는 일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엄마가 되었든 원치 않았지만 되었든 엄마는 진짜 존경받을 존재다. 아니 존경 이상으로 칭송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나칠 정도로 보호 받아야 마땅하고 미래 사회의 일원을 키워 내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헌신한 엄마들에게 많은 혜택이 있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오늘은 최초로 우리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안 하고 엄마에 관해 쓴다. 엄마는 존경해야 마땅하다. (퇴고를 하면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자식에게 폭력을 행하는 엄마를 제외한다) 나는 아직도 그럴 용기는 나지 않지만, 대신에 엄마들을 앞으로도 응원하겠다. 엄마들이 하는 일을 돕고 또 엄마들에게 힘을 주겠다.
지구에 있는 모든 엄마를 찬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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