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영성장에세이
책방을 좀 정리해야 하는데 나는 지금 최대한 또 미루고 있다. 귀찮다. 컨디션이 별로라는 핑계를 대고 아직은 아니라고 한다. 방금 유튜브 촬영을 했다. 촬영이라고 말하면 좀 거창하지만, 셀카 봉에 핸드폰을 거치하고 마이크만 하나 연결해서 바로 영상을 찍는다. 대본도 없다. 그냥 내 얼굴이랑 좀 친해질 요량으로 시작한 일이다. 모든 일을 일사천리로 한다. 일사천리로 하면 결과물의 질이 별 볼 일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 나의 경우는 아주 조금씩 서서히 발전한다. (누군가 실제로 찾아보고 실소를 금치 못할지도...) 물론 실수도 잦다. 그렇지만 그건 어차피 겪어야 할 과정인 것.
영상을 찍으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말이 무엇인지 말이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말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 ‘사실’과 ‘솔직히’라는 말을 많이 쓴다. 어떨 때는 그 말을 너무 반복해서 영상을 다시 찍은 적도 있다. 그리고 아직도 완전히 고쳐지지 않은 버릇 하나가 있는데 침을 너무 꿀떡 삼키는 것이다. 긴장해서 그런가도 생각해 봤는데 아니다. 이걸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어쩌면 되게 솔직하지 않거나 사실과 무관한 사람인 건 아닐까….하고 말이다. 요즘의 나는 늘 이런 생각을 한다. 사람들이 반복해서 말하는 건 ‘그런 사람이라서가 아니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라고 말이다. 사람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그렇다고 나쁘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인간의 본성이 그렇지 않을까.
엄마가 반복적으로 하는 말은? ‘굉장히’ 다. 굉장하고 싶은 걸까? 나는 아빠를 관찰하지 않는다. 아빠는 현재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아니다. 물론 아직도 가끔은 속을 뒤집는다. 나 때문이 아니고 엄마한테 하는 태도 때문이다. 그래도 나에게 직접적으로 자극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엄마는 아니다. 엄마는 계속 나를 자극한다. 그래서 엄마와 직면하려고 하는 거다. 엄마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아무래도 엄마한테 집착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슬며시 머리를 든다.
오늘은 아빠와 엄마의 후각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겠다. 최근에 집에서 똥 냄새가 진동했다. 왜 이러지 했더니 아빠가 들여놓은 커다란 화분에 음식물 쓰레기를 줬단다. 참 기가 막힌다. 그럼 얼마나 벌레가 꼬이겠냐. 화가 치미는 걸 꾹 참았다. 그게 화를 낼 일은 아니다. 엄마, 아빠는 예전 같지 않다. 온 집안에 진동하는 똥 냄새를 나만 느끼는 거다. 그 사실에 화가 난다. 그리고 조금은 불안한 마음도 든다. 엄마 아빠가 점점 저무는 것이다. 그걸 바라보니 복잡 미묘한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내 방을 생각하면 이런 말 할 자격은 없다. 나는 언제나 막 쌓아둔다. 정리는 언제나 최대한 미룬다. 그러나 내가 속한 공간이 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벌써 많이 경험했다. 더는 미루면 안 된다.
어제저녁 독서 모임 월글에 오랜만에 A 님이 왔다. 다들 이 모임에 정이 많이 있어서인지 어디를 가면 뭘 그리도 사 온다. B 님은 용산에 새로 생긴 숲처럼 거대한 백화점(정확한 명칭을 모르고 알아보려는 노력할 생각 없음)에서 처음 보는 디저트를 사 왔다. 레몬 크림이 들어간 이탈리아 도넛과 빼빼로. 빼빼로는 치즈 맛이 가미된 초콜릿이 겉에 코팅되어 있었는데 B 님 말에 의하면 “고급스러운 빼빼로”라고 했다. 우리는 패스츄리로 된 맛있는 디저트와 쿠키로 입이 즐거웠다. 미각과 후각을 떠올리니 어제의 일이 떠오르고 엄마 아빠의 간도 떠오른다. 몸속 간 말고 맛 ‘간’ 말이다. 이제 엄청나게 세졌다. 얼마 전 죽음에 임박한 할머니가 떡볶이에 설탕을 몇 숟가락이고 부었다던 지인의 말이 떠오른다. 미세한 혀의 감각이 둔화하는 것인가 보다.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한다. 방금 핸드폰 용량이 없다고 해서 많이 정리했다. 그것처럼 인간도 계속 업데이트되거나 ‘초기화’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 우리는 모두 조금씩 업데이트는 되는 걸까? 초기화도 종종 되면 좋겠다. 엄마 아빠의 모든 감각도 리셋 되면 좋겠다.
초기화된 나를 상상한다.
오늘은.
| 엄마의 인터뷰 6
많이 변했지요. 우리가 상상도 못하는 세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변하는 세상에 적응이 잘 안 됩니다. 인터넷, 유투브, 휴대폰에서도 전화오고 받는 것만 사용하지 많은 혜택을 못 누리네요. 따라가기가 벅차요.
#초기화된나 #엄마를통해나를본다 #고선영성장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