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영성장에세이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진다. 자주 또 자주 던진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 잘 모르겠다. 이렇게 대답해 버리는 편이 쉽다. 어제 본 막장 드라마 이야기를 하라면 술술술 쉽게 이야기하겠지만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를 묻는다면 그냥 휙 피해버리고 싶어진다. 그건 간단하게 대답할 일이 아니다. 간단하게 대답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내 편견인가 또 생각한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
나는 나다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 이 ‘나다움’이란 말에는 다른 사람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도 포함되어 있지만, 무엇보다 나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뜻이다. 나는 나답게 살고 싶다. 다른 사람의 평가와 판단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상대적으로 내 생각과 판단은 중요하지만, 그마저도 초월한 자아로 살고 싶다. 나답다는 것은 나에게 스트레스를 가장 크게 주는 요인이 타인일 수 없는 삶을 말하기도 한다. 내가 받아들인 자극으로 나를 성장시키고 내가 튕겨버리는 자극은 나에게 무의미한 것을 말한다.
나는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고 싶다. 몸과 마음이 어떤 것에 얽매여 있지 않고, 나의 자산과 시간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간이고 싶다. 나의 몸까지도. 나는 자유로워지고 싶다. 어떤 집단에서의 틀은 그 집단의 다수가 무리 없이 살기 위해 필요하다. 어쩌면 다수가 아닌 일부의 권력을 가진 자들을 위한 틀일 수도 있다. 나의 많은 부분을 자신의 틀 안에 붙잡아두려는 타인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나는 사회나 타인이나 또는 내 자신이 그런 틀을 만들어 사람들을 괴롭게 하지 않는지 수시로 점검한다.
나는 지금 죽어도 후회하지 않는 인간이길 원한다. 매 순간 우리는 선택해야 하고 그 안에서 후회를 반복하지만, 더 나은 선택을 했으리라 자신을 믿어주는 인간이 되고 싶다. 그래서 현재가 중요하다. 현재의 나의 말, 내 생각 그리고 표현이 중요하다. 그것은 나와 타인을 연결하고 또 나의 선택을 위한 토대가 된다. 죽는 순간에 눈을 감으면서 일생을 밀도 있게 살아온 나 자신을 위해 벅찬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
나는 쓰고 그리는 인간이길 바란다. 읽는 인간은 내 생애 아주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나는 쓰고 그리는 인간을 택한다. ‘아티스트 고선영’이라는 것은 나에게 큰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 준다. 그러나 여기에서 나의 욕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나의 글과 그림 또 나의 콘텐츠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생을 살수록 늘어나길 바란다. 그것은 내가 ‘쓰고 그리는’ 인간이기를 희망하는 일에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그 재미가 있으면 나는 이 일을 계속할 것이다. 아니 그 재미가 없어도 계속 할 일이긴 하다. 내가 좋아하는 행위로 경제적인 자유를 얻고 싶다.
나는 정서적으로 풍부한 인간으로 죽기를 바란다. 고목의 나무껍질 같이 마르고 딱딱한 채로 살아온 시간이 길었다. 이제는 폭신한 인간이 되고 싶다. 많이 표현하고 대화하는 일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눈빛만으로도 존재를 쓰다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정서적으로 충만하고 흘러넘치는 인간이길 원한다. 또 떠오르는 것들이 있지만 더 적고 싶지는 않다. 아, 이거 한 개는 적어야겠다.
나는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인간이 되고 싶다. 특히 감정 분야에서 그렇다. 지금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만이 아니라 후대와 인류에 도움이 되는 인간이길 바란다. 이 생각은 어릴 때부터 해 왔던 생각이다. (죽고 싶었던 시기에 멈췄던 때도 있었지만) 감정 분야라는 것은 최근 5년 사이에 결정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그저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 되고 싶기도 하다. (앞서 죽어서 그 누구에게도 기억되고 싶지 않은 고선영과 꼭 인류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고선영이 공존한다)
오늘의 질문엔 시간이 좀 더 걸린다. 엄마는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기를 원할까? 엄마는 언제나 우리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둥글둥글하게 살아라.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나는 이 말에 늘 화가 났었다. 나라고 뾰족뾰족 태어날 생각이나 의지 따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태어나고 보니 청각에 민감하고, 촉각과 미각, 후각, 시각 온 감각이 다 곤두서 있었다. 엄마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었을까. 나는 한 번도 이런 질문을 엄마한테 한 적이 없다. 궁금한 적도 없다. 엄마의 삶은 내가 아는 대로 그렇게 흘러왔다. 그렇지만 나는 엄마를 잘 모른다. 잘 모른 이유는 알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엄마를 알아야 할까? 엄마를 아는 것이 왜 중요할까? 많은 생각이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나는 현재를 살아가는 동안은 조금 평화롭기를 원하는 인간이다. 고선영이 평화롭게 자신과 마주하기를 오늘, 지금 이 순간에도 바라고 또 바란다.
| 엄마 인터뷰 7
꿈도 없고 오직 엄마 만나는게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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