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고선영성장에세이

by 작가 고선영

나는 엄마 이야기를 쓰면서 나의 집착적이고 광적인 사랑을 발견했다. 나는 엄마한테 사랑을 받고 싶어서 안달 내다가 돌아선 것이다. 이런 관계는 위험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제 정리 할 필요를 느낀다. 좀 더 성숙한 관계로 나아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가깝다고 느꼈던 엄마와의 관계를 재정립해야한다. 문제를 알았으니까 답을 찾을 수 있다.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수많은 답을 내 인생에 적용해 볼 수는 있겠다.


내가 행복이라는 꽃을 피우는데 엄마는 아주 중요한 뿌리다. 올 해 들어서 2번이나 본 넷플릭스 드라마 ‘빨간 머리 앤’은 아기였을 때 양친 부모를 잃는다. 커 가면서 계속 자신의 근원을 상상하며 괴로워한다. 자신이 버려졌을까봐 겁내고 두려워한다. 내 부모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들이 행복했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물론 아닌 사람도 있을 테지만 적어도 나와 앤에게는 그렇다) 아직 답을 찾은 건 아니다. 그래도 실마리는 찾았다. 그리고 나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누구에게? 당연히 엄마에게다. 엄마가 평생가야 나에게 사랑을 주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다. 내가 받고 싶은 사랑 말이다. 그러나 엄마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에게 사랑을 주고 있었다. 그걸 나만의 작은 프로젝트를 통해서 (엄마에 대한 글쓰기 프로젝트) 깨닫게 되었다. 그 방법이 때론 내가 원하는 방법이 아닐지라도 엄마는 혼신의 힘으로 나에게 영양을 공급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도 이 글을 엄마를 보여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두 번째 책 ‘애정결핍’도 아직 못 보여드렸다. 툭하면 우는 울보 엄마가 또 울까봐서다. 어쩐지 글 속에서 나와 엄마는 서로를 오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지레 겁이 난다. 그것도 나의 편견일지 모른다. 내가 엄마한테 울보라고 하면 엄마는 대번에 이렇게 말 한다. “울보는 너가 울보였지.”


살아가는 것은 계속 나의 편견과 싸우는 일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세상에 많고 많은 것과 싸워야 하는데 뭐 자기 자신과도 싸워야하냐?’는 말을 했다. 그건 자기 자신과 그럭저럭 잘 지내는 사람의 이야기다. 나는 나와 잘 지내고 싶다. (지금도 물론 꽤나 잘 지내고 있지만 더 잘 지내고 싶다) 그래서 나의 편견과 응당 싸워줘야 한다. 나도 이 많고 많은 사람들이 사는 지구에서 나로 태어난 이상 나 하나 만큼은 사랑하고 아껴주고 살고 싶다. 이 정도 생각으로 갈무리 되는 걸 보면 이 글을 쓰기 잘 했다.


조금 더 성장하고 편안해진 고선영을 기대한다.

조금 더 편안해진 엄마를 기대한다.


엄마 사랑해.






#에필로그 #엄마를통해나를본다 #고선영성장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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