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 살

고선영성장에세이

by 작가 고선영

독립한 나의 집에는 TV가 없다. 내가 TV를 싫어해서는 아니고 책을 좀 읽으려는 마음으로 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TV가 없으니까 우리 집에서는 대화를 많이 하게 된다. 나는 뭐가 없다는 것이 주는 장점을 더 많이 느끼고 있다. 뭔가가 없을 때 사람은 궁리를 하게 된다. 대화를 시도하게 되고 재미를 찾게 된다. 이사를 하고(이제야 한 달이다) 당일에만 엄마가 왔었다. 그 이후에는 나도 계속 바빴고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엄마가 계속 노래를 불렀다.


“너희 집에서 하루 저녁 자야하는데.”


나는 그 말에 부담을 느꼈다. 나와 매일 같은 집에서 자던 우리 엄마가 와서 주무신다는데 그게 왜 부담이 되었을까. 바쁘던 일정이 일단락되어 오시라고 했다. 언니와 와서 엄마가 하루 밤 주무시고 가셨다. 그날은 금요일이고 토요일 오전에 나는 코로나 백신 2차 예방접종과 2개의 수업 후에 집에 돌아왔다. 엄마와 언니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그 전날 내가 봐왔던 장에 ‘김밥재료’가 있었는데 모두 김밥을 싸고 있었다. 백신을 맞고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문을 열었을 때 이상한 행복감에 젖었다. 그냥 다시 어렸을 때의 우리로 돌아간 기분. 언니들은 김밥 속을 준비하고 엄마가 김밥을 말았다. 우리는 옹기종기 모여서 김밥을 먹었다. 나는 손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라면을 끓였다. 모처럼 엄마가 솜씨를 발휘하고 있었다. 최근 몇 년 엄마의 음식은 맛이 조금씩 변했고 우리는 그걸 잘 먹지 않았다.


“맛이 왜 이래.”


“간이 이상해.”


저마다 한 마디씩 했고 특히 내가 그랬다. 엄마는 점점 주방에서 자신감을 잃었다.

엄마는 음식을 하고 늘 물어본다. “어때? 먹을 만 해?” 그런 질문에 “응. 너무 맛있어.” 그게 뭐라고 흔쾌히 대답을 하지 못했을까. 실제 내가 느끼는 맛의 여부와 상관없이 그렇게 말해주는 것이 뭐가 그렇게 어려웠을까. 나는 엄마에게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다. 엄마를 보살피고 다정하게 굴고 싶은 고선영이 하나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절대 봐주고 싶지 않은 고선영이다. 그 두 마음이 늘 싸운다. 왜 그럴까를 계속 생각해 봤는데 내가 낸 결론은 이거다.


엄마는 언제나 나를 포함한 자식 모두에게 기대와 이상이 높았다. 그 기대에 부응하는 자식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엄마는 알게 모르게 우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걸 말로 설명하기가 진짜 어렵지만 나의 감각이 그렇게 느낀다) 그러한 마음이 전해지기에 내면의 나는 엄마에게 언제나 화가 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추측이다. 그동안 엄마에게 모진 말을 많이 했었다. 그 모진 말을 해놓고 금방 후회를 했다.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민망해서 사과 문자를 보내면 엄마는 언제나 나를 이해하는 문자를 바로 보냈다. 엄마의 문자에는 수많은 상처에 대한 굳은살이 있었다. 그 굳은살은 겹겹이 두터웠고 상처를 모조리 안고 있었다.



나는 엄마한테 떳떳하고 싶다. 엄마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 않다. 엄마를 생각하면 기분 좋은 느낌이면 좋겠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한 사람에 대한 마음은 수 만 가지라는 것을. 좋은 느낌 딱 한 가지만 있는 관계라면 상호 관계가 아니다. 일방적인 관계다. 연예인이나 위인에 대한 마음이 그렇다. 나는 엄마에 대한 수 만 가지의 감정을 느낀다. 그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냉장고 안에 엄마가 싼 김밥이 아직 들어있다. 그걸 계란 옷을 입혀서 프라이팬에 지져 먹었다. 물론 처음 뜨끈한 밥에 쌌을 때의 맛은 아니다. 그렇지만 기름 두르고 프라이팬에 지져진 차갑게 식어버린 김밥은 또 다른 맛이다. 어쩐지 엄마에 대한 나의 마음 같다.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가 최고였던 그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

나는 아직도 엄마 젖을 만지작거리던 꼬맹이다.





| 엄마 인터뷰 9

과거에는 부모 없이 자라다 보니 항상 가슴에는 그리움이 항상 사모쳤는데 왜 그 때는 엄마가 그렇게 보고싶었는지 지금은 2015년 1월 24일에 엄마가 세상을 떠나셨는데 어릴 때같이 엄마가 보고 싶으면 못 견디었을텐데 지금은 그때같이 어릴 때 같이 보고 싶진 않아요. 문득 문득 생각이 나고 그때는 그랬었지 하고 마음의 여유가 생겼나 봅니다.

다행입니다.

그 때, 어릴 때 같이 안 보고 싶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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