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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고선영 Apr 12. 2020

공존

스님이나 목사님이나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하늘을 올려다봤다.

해는 지고, 쪼로록 연등에 불이 켜졌다.

이쁘다.

이쁘다는 말에 핀잔을 들었다.

우리 집은 다 기독교다.

나는 아니다.

옛날에는 기독교였다.

지금은 아니다. 자발적으로 기독교에서 나왔다.

그냥 종교에 흥미를 잃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깜짝 놀랄만한 일을 마주하곤 한다.


가령, 운전을 하다가 창문을 내리고 찬송가나 CCM(christian contemporary music)을 흥얼거리는 나를 볼 때다. 나의 깊은 곳에 뿌리 박혀 있다. 빼내려 해도 쉽게 빠지지 않을 거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구분'을 짓는 그 기준에 늘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종교는 구분 짓고 편 가르기 하기 수월한 체계다. 그래서 나는 이제 종교가 없다. 종교가 없으니 연등이 이쁘다. 언니의 말에 '칫' 했는데 우연히 고개를 돌려보니 오른쪽에는 교회의 십자가에 불이 들어와 있다. 뭐 그것도 나쁘지 않다.

색색깔이 고운 거랑은 다르지만 네온사인처럼 그 또한 이쁘다.


한 사람의 세계관 내지는 가치관에 '종교'는 너무 크게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내가 어릴 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나는 종교 없이 살고 싶다. (나는 모태신앙으로 키워졌다.)


누구 하나만 택해야 하는 건 너무한 것 같다.

그렇다고 모두를 다 택하는 것도 피곤할 일이다.


코로나로 괴로운 건 스님이나 목사님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아니 천주교나 이슬람교나 그 어떤 종교도 마찬가지일 듯.





2020. 0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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