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
생각나는 대로 떠들고 싶은 날.
누가 있든 없든 상관없는 날.
오늘은 수요일.
그리고 엄마를 진짜 진짜 오랜만에 안아준 날.
엄마가 안 하던 짓하니까 이상하다고 한 날.
오늘은 청소한 날.
오늘은 비 오는 날.
오늘은 운동화를 슬리퍼로 갈아 신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바로 갈아 신은 날.
11시가 되면 네이버 블로그에서 질문한다는 걸 알게 된 지 며칠 됐지만
이젠 그 시간이 되기 전에 내가 알아차리는 날.
오늘은 2020년 9월 16일.
옆 집 미용실은 쉬는 날.
아주 괜찮은 주차자리에 주차 획득한 날.
아침부터 명절 준비로 가족들이 단톡 한 날.
나의 다이어트 21일 차 날.
오늘은 강서 책 축제 독서동아리 오는 날.
지금은 상쾌한 날.
아침을 오랜만에 두둑하게 먹은 날.
사과 하나를 겨우 다 먹은 날.
작은 책방이지만 생각보다 먼지가 많다는 걸 확인한 날.
오늘은 혁오의 음악이 당기는 날.
기다리던 전화에 쓸데없는 말 해서 더 길게 통화한 날.
스마트폰 사진을 거의 대부분 잘 옮겨놓은 날.
포트에 물을 끓여 싱크대에 부은 날.
책방 안에는 날파리가 현재 몇 마리일까 생각한 날.
어젯밤에 본 양파깡이 종종 생각날 것 같은 날.
오늘은...
이런 날.
2020. 0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