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을 까까?
책방을 이틀에 한 번 꼴로 청소를 한다.
청소를 하다 보면 많은 것들을 발견하는데 대개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 그러나 그것을 통해 나의 뇌에 미치는 파장은 의외로 큰 것이 많으니 사소하다고 미뤄두기엔 무리가 있다.
방금 청소를 하면서 공벌레를 발견했다. 공벌레를 발견해서 걸레 밀대로 건드리는 순간 공벌레는 순식간에 자기가 공이 된 것처럼 놀라운 쇼를 한다. 내 눈 앞에서 몸을 1초도 채 안 되는 사이에 공 모양을 만들고는 자기가 공벌레였다는 것도 잊은 듯한다. 그 연기력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거미는 또 어떤가.
거미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알을 많이 깐다.
투명한 거미줄이 잘 보이지 않는데 청소도구에 살짝이라도 닿으면 새끼 거미들이 혼비백산이 된다. 그 알로 보이는 물체가 너무 자주 출몰하여 심지어 이런 생각마저 든다.
‘아, 지구에 태어나 이렇게까지 종족을 열심히 번식시키는 거미라니… ‘
어쩐지 나도 그 열의에 부응해 알이든 뭐든 까야하는 거 아닐까 하고 말이다.
존경심 비슷한 생각이 들 즈음에 이런 생각이 든다.
난 미혼과 비혼의 중간쯤 되니
그냥 오늘 알까기나 해야겠다고 말이다.
2020. 08.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