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 아니면 틈
나에게는 능력이 있다.
그 능력은 정말 위대한 능력이기도 하지만
제발 사라지기를 바라는 능력이기도 하다.
무슨 능력이냐고?
바로바로...
화분을 집에 들이면 들이는 족족 죽이는 능력.
이걸 능력이라고 하긴 좀 뭣해도 기가 막히게
죽으니까 능력이겠거니...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 책방에서 생태 책방을 운영하는 대표님께 강의를 요청하여 '우리 집 화분 119 원데이 클래스'를 들었다. 사실 좀 아는 내용이 많았으나... 내가 무심코 지나쳤던 놀라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됐다.
화분 속 식물이 살아갈 수 있으려면 환기가 잘 되고
물을 제 때 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식물의 뿌리를 감싸고 있는 흙이다. 흙이 물로 진흙처럼 되면 뿌리가 썩는다.
흙 사이사이에 틈이 있어야 한다.
그 틈 사이로 공기가 통해야 한다.
그래야 뿌리도 잘 자라고 식물도 자란다.
틈.
틈이라는 거 생각해보면 정말 중요하다.
인간과 인간 사이도 그렇고
인간과 동물, 식물도 모두 그렇다.
우리는 얼마나 거리를 두고 있는가.
그 틈은 또는 쉼으로 다가온다.
벌어진 틈 사이로 누가 비집고 올 것이 아니다.
그냥 비워두어야 한다.
그냥 쉬어야 한다.
그런 텀을 우리는 모두 가져야 한다.
다들 불안하다.
뭘 안 하면 낙오되고 틈 사이사이를 꼭꼭 메워야만 할 것 같다.
그러나 실은 우리는 느슨해야 하며
틈을 더 많이 두어야 한다.
우리 삶에 바람이 휙 지나갈 곳이
숭숭 뚫려있어야 한다.
2020. 08.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