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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고선영 Mar 12. 2021

#14 엄마를 위한 글쓰기 30일

스테이플러

#14 엄마를 위한 글쓰기 30

#작가고선영 #엄마를위한글쓰기30 #14

  엄마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내가 많이 알고 있지 않다는  알게 되었다. 나는 우리 엄마를  모른다. 이것이 사실이다. 엄마는  7 전쯤 뇌수술을 했다.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앞부분 혈관이 부풀어 급하게 수술을 했다. 그렇게 발견된 것이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들 했다. 엄마의 수술 날 나는 김포 어디쯤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다. 엄마의 수술 날이지만 하루에 3개의 부모교육 강의를 해야 했다. 회사를 완전히 탓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회사와 무관한 선택이었다고는   없다. 그날 나는 기분이 이상했다. 엄마의 수술 날. 

  나는 그날 엄마의 병원에 갔었는지 아니면 그 다음날 병원에 갔었는지가  기억이  난다. 지금 기억을 더듬어보니 엄마가 일반 병실에  있었고 머리에 붕대를 감고 멍한 채로 앉아있었던  같다. 엄마의 붕대를 천천히 풀었을   자리에 함께 있던 우리 조카는 엉엉 울었다. “할머니 죽으면 어떡해.”라고 말하는  울음에  자리에 있던 우리 모두의 감정이 고조되지 않았을까 싶다. 엄마는 머리카락을 모두 밀었고 앞이마 중앙에서부터 왼쪽  위까지 절개한 흔적이 아주 진했다.  상처를 스테이플러 같은 것으로 촘촘하게 집어 놓은 것을 보니 보기만 해도 아픈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 엄마의  상처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날 우리는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 우리가 돌아가면서 엄마 병간호를 하겠다고 말이다. 그러자 엄마는 조용히 머리를 저었다. 그냥 아빠에게 시키겠다고 했다. 나는  선택이 몹시 이상하다고 느꼈다. 엄마는 분명 아빠를 좋아하지 않는데  저렇게 누군가에게 완전히  몸을 의지해야 할  아빠를 선택할까. 내가 보기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만큼이나 엄마는 이상해 보였다. 우리는 병원에 조금 있다가 병원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었던가. 먹지 않았던가.
... 인간의 기억이란 믿을만한 것이  된다.

    이후로 엄마는 계속 건강을 더욱 챙기게 되었다. 수술 후유증인지 같은 현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마의 시신경 혈관이 자꾸 막힌다고 했다. 언니들은 엄마 눈에 좋다는 것을 공수하고 보내준다. 엄마는 수시로 인공누액을 눈에 넣는다. 언젠가 울보인 우리 엄마가 이렇게 말했다.

눈도 이렇게  좋은데 자꾸 눈물이 나서 눈에 얼마나  좋을까?”
 내가 이렇게 말했다.
 “눈물을 흘리면 눈에  좋다고 병원에서 그래?”
 그랬더니 아니란다.

눈물이 나면 엄마 눈에서 나쁜 게 빠져나가고  건강해질 거야.”

  엄마가  말을 기억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는 엄마가 건강을 염려하면서 더욱더 집착하듯  속에 빠지는   왔다. 그러나 나도 똑같은 상황이었다면 엄마 못지않았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른 후에 엄마가 말했다. 아무리 딸이고 아들이고 자식들이 있어도 제일 편한  남편이라고.   말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있잖은가. 학교 다닐  맨날 나한테 A친구 험담을 늘어놓던 B 어느  나를 빼고는 A 팔짱을 끼고 시시덕거리면서  앞을 지나가는 광경을 봤다고나 할까. 약간 그런 기분이었다. 나는 엄마의  말을 아직도  이해하고 싶지 않다.

  ! 오늘 내가 하려고  말은  엄마의 생신이다. 내일인가. 엄마의 눈을 위해 온열 기능이 있는  안대를   주문했었는데 며칠 전에는 장기적으로 사용할  있는 충전식 온열 안대를 샀다. 잘은 모르겠지만 엄마가 좋아하는 게 느껴졌다. 내가 생각해 봤는데 자식들이 부모에게  사주는  소통할  몰라서다. 부모가 아이들과 놀아줄 방법을 몰라서 장난감을 사주듯 자식들도 부모와 서로 대화하고 살갑게 뭔가를   모르기에 뭐라도 안기는 것이다.
이건 분명하다. 아니다. 나에게는 이게 맞는  같다. 갑자기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이 부드럽게 흘러가는 기분이 드는  보니 말이다.  기계의 기능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마디가 오간다.

 얼마 전에 이런 생각을 했다. 주변에 작가가 있다면, 그것도 친하다면 몹시 경계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나처럼 이렇게 관찰하고 써대니 이거 대단히 무서운 일이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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