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당신의 기분은 어떤가요.
안녕하세요. P입니다.
오늘 당신의 기분은 어떤가요. 저는 기분이 안 좋을 때, 그 기분을 지나가는 저만의 통로가 있어요. 특별한 이유 없이 기분이 안 좋을 땐 이 세 가지 조건을 꼭 체크합니다. 1. 잠을 충분히 잤는가 2. 밥을 제때 먹었는가 3. 꼭 하고 싶거나 꼭 갖고 싶은 걸 오래오래 참고 있는가. 사실 이 세 가지는 지인이 알려준 것인데요. 저는 단순한 편이라 1, 2번만 충족이 되어도 기분이 금세 나아지곤 합니다. 바쁘디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응당) 때때로 다른 것들을 좇다가 기본적인 욕구는 망각하기도 하지요. 그럴 때 우리의 예민함은 슬쩍 고개를 들고는 합니다.
서른 중반이 다 되어갑니다. 어렸을 때는 이 나이쯤 되면 무엇인가 크고 멋진 것을 이룬 나이일 것이라 막연하게 예상했는데요. 지금의 저는 (…). 대신에 조금 더 쉽게 행복해지는 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를 기분 좋게 하는 것은 연봉 많이 받기, 끝내주는 직장에서 커리어 쌓기, 서울에 내 집 마련하기 이런 것들이 아닙니다. 오늘 점심 뭐 먹지, 주말에 뭐 하지? 벚꽃은 져버렸지만, 라일락 향기가 좋구나. 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이 왔구나. 뭐 이런 것들입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특히 ‘맛있는 음식’의 비중이 제일 큽니다.
지난 주말 사람들이 매번 줄을 서서 맛보는 베이글 가게에 다녀왔어요. 오픈런에 웨이팅까지 하면서 베이글을 이렇게 까지 먹어야 하나? 베이글… 그게 뭐라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줄을 서서 기다릴 땐 동행한 친구에게 미안해지기까지 하더라고요.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살면서 먹어 본 베이글 중에 가장, 단연코 가장 맛이 있었어요. 그 맛은 오픈런&웨이팅에 지친 제 기분을 금세 좋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이 기분에 미치는 효과. 비단 이뿐만이 아니죠. 비가 오는 날은 울적함을 이유 삼아 삼겹살에 소주를 먹기도 하고, 화가 나는 날엔 매운 떡볶이나 마라샹궈를 찾기도 해요. 어쩐지 기분에 따라 음식을 선택하면 한쪽으로 비죽 솟아있던 예민한 기분과 감정이 닳아 없어지는 것 같은, 보상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마음속이 복잡하고 싱숭생숭할 때는 맑은탕이나 직접 만든 오트밀 죽을 먹습니다. 마음이 복잡할 때 튀김이나 고기 같은 많이 씹어야 하는 것들을 소화하다 보면 얹히기 마련이거든요.
내 기분이 A일 때 1 → 2 → 3단계라는 루틴을 만들고 구체화하는 것은 잘 살아 내기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연봉을 많이 받는 법, 내 집을 마련하는 법, 끝내주는 프로젝트를 기막히게 완료하는 것도 인생에 매우 중요하죠.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어떤 기분으로 살아갈 것인가. 내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다른 상태로 뿅! 하고 나아질 수 있는지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오늘은 날이 많이 흐리네요, 하루가 고되고요. 그래서 오늘 제 저녁 메뉴는 노곤함을 뜨끈하게 풀어주는 우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