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인간으로 거듭나다.
안녕하세요.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5월을 잘 마치고, 다가온 6월을 잘 맞이해 주셨나요?
저는 요즘 그럭저럭 지내요. 그러나 그 와중에, 제게 큰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오이를 먹게 된 일이에요. 저는 32년간 오이를 제대로 먹지 못했어요. 먹지 못했다기보다는, 먹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긴 하겠네요. 오이를 칼로 베는 그 순간부터 알 수 없는 (싱그럽다고 하고 싶지 않아요.) 초록 빛깔의 냄새가 방안을 메우죠. 안쪽에 생긴 씨들은 또 어떻고요, 입에 넣었을 때는 거끌거리기도 하고 물컹하기도, 딱딱하기도 한 식감은 생각만 해도 괴로웠습니다.
얄궂은 오이는 제가 좋아하는 냉면에도, 비빔국수에도, 샌드위치 심지어 김밥에까지 눈치 없이 꼭 끼어있더라고요. 먹는 걸로 모자라 오이 비누, 오이 로션 등... 오이 냄새가 깃든 화장품들이 여기저기 생겨나서, "저런 향을 좋아하는 사람이 세상에 있네. 신기하다" 했습니다.
그러던 제가,,, 이제는 왠지 오이를 먹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예요?
5월의 어느 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집 앞에 있는 마트에서 오이 묶음을 하나 샀어요.
그리고 집에 가서 오이를 잘라서 양념에 무쳐 먹어보니 또, 들어가더라고요. 어떻게든 씹히고 들어가긴 하더라고요. 솔직히 생각보다 먹을만한 건 아니었고 중간중간 좀 역겨운 순간들도 있었어요. (냄새 때문에요)
그리고 여태까지 총 2n개의 오이를 먹었습니다.
요즘 저는 거의 오이인간이 되었어요.
회사 점심 도시락으로 항상 오이김비빔밥 (궁금하면 디디미니 레시피를 검색해 보세요.)을 싸 오거든요.
오이는 생각보다 요리에 쓰기 좋은 간편한 재료였어요. 손질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대충 닦아서 칼로 잘라내기만 하면 끝이니까요. 고추장에 찍어 먹는 건... 제게 아직 어렵지만 이렇게 저렇게 조리해서 먹으면 나름 먹을만하더라고요.
사는 것도 똑같은 거 같아요.
절대로 못할 거 같고 남의 인생 얘기처럼만 들리던 게, 그냥 어느 날 먹어보니 먹어지던 오이처럼. 어느 날 문득 그냥, 그게 내 것이 되는 거죠. 1년 중 절반이 지나는 시점이에요. 진짜 못할 것 같고 괴로운 일들, 삼킬 수밖에 없을 땐 꿀떡 삼켜버립시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라는 게 아니라요. 원대한 꿈을 가지고 도전하라는 게 아니라요!
그냥 해보고 싶었던 거 하나쯤은 은근슬쩍 시도해 보면 어떨까요?
지속해 보면 12월엔 좀 다르겠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