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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녀_OO 있는 삶] 달리기가 있는 삶

간단한 삶을 위하여.

by 읽쓴이

언제부턴가 추천받아서 무언갈 하는 게 많아졌다. 지인이 “그 식당 진짜 맛있어”하면 일부러 찾아가서 맛보기도 하고, “그 신발이 편해”하면 신발 살 때 그 신발을 신어 본다. 반대로 내가 경험한 좋은 것들을 지인에게 많이 추천하기도 한다. 원래는 누군가 뭘 추천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편이었는데 어느샌가 변했다. 나도 모르게.


여하튼, 달에 한 번꼴로 다니는 미용실 원장님이 달리기를 극찬했다. 마음도 복잡하고 몸이 무거울 때 달리다 보면 몸도 마음도 점점 가벼워진다는 것이다. 런데이라는 어플로 30분 달리기 챌린지를 하면 2달 뒤에는 30분 내리 달릴 수 있다나 뭐라나. 그래서 나도 달려보기로 했다. 마침, 일을 그만두었기 때문에 오전에 시간이 비었고, 마침 집 근처에 천이 있어서 달리기 코스로도 제격이었다.


사실 원래도 달리기를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체중이 많이 나가는 편이고, 체력도 좋지 않았기에 매번 2, 3번 달리기를 하다가 포기하기 일쑤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목적이 다이어트여서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거의 한 달째 달리기를 하고 있다. 매일 달리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해서 주에 4번 정도만 달리는 중이다. 처음에는 [5분 준비 걷기] - [천천히 달리기 1분] - [천천히 걷기 2분]을 총 5회 반복하고 마무리 걷기로 5분을 걸었다. 처음 달리기를 할 때는 1분도 채 못 채우고 30초, 40초만 되어도 숨이 헐떡였다. 종아리가 뻐근하고 앞벅지가 아팠다. 지금도 물론 30분을 내리 달리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기존보다는 조금 더 오래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체력도 점점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페이스가 빨라지거나 하진 않았지만, 숨이 조금 덜 차고 종아리가 덜 땅기는 느낌이다. 어떤 때는 트레이닝이 끝났는데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달리기도 한다.


집 뒤에 천을 달릴 때면 세상에 달리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가 싶다. 할아버지부터 할머니, 아줌마, 아저씨, 청년, 학생 할 것 없이 달린다. 특히 요즘같이 아주 뜨거운 여름에도 달리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데 많다. 폭염이어도 달린다. 비가 와도 달린다. 그렇게 달리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덩달아 힘이 난다. 얼마 전엔 달리기를 하다가 너무 힘들고 걷고 싶은 거다. 아직 달려야 하는 시간이 남았는데도 말이다. 그때 런데이 아저씨가 소리쳤다. “정말 대~단합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도 달리며 생각했다. ‘그래, 할 수 있다! 난…’하다가 조금 멈칫했다. 난 뒤에 붙일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그러다가 그냥 ‘난… 나니까!’ 해버렸다. 그러니까 달릴 힘이 더 생긴 것인지 트레이닝을 끝까지 완주했다. 기분이 째질 듯했다. 마음이 벅차기도 했다. 뭔가 한 꺼풀 벗어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날의 달리기로.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한다.” 사실 이것은 내게 어려운 일이었다. 누구보다 강하게 나를 의심했다. 타인보다 나를 못 믿고, 내가 할 수 있을까? 나는 못할 것 같아. 매번 그런 식으로 나를 대했다. 타인이 아무리 넌 할 수 있어. 너 잘해. 너는 괜찮은 사람이야. 그게 안 들렸다. 나 스스로가 나를 믿지 않았으니까. 그랬기에 해내지 못해도 큰 타격이 없었다. 그리고 당연히 성취도 없었다.


달리기 시작하며 마음먹으면 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매일 아침 선크림을 바르고, 운동화를 신고 바깥으로 향한다. 나를 앞질러 달려 나가는 러너를 신경 쓰지 않는다. 나보다 천천히 달리는 러너를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내 몸에게 적당한 속도와 리듬으로 달린다. 무리하지 않으면서, 더 오래 달리기 위해 내 몸을 바라보며 달릴 뿐이다.


달리기가 있는 삶으로 내 삶은 좀 더 단순해졌다. 달리며 나를 신뢰하게 되었다. 달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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