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의 첫인상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장면은 성우실 첫 OT때였다.
성우 연습실에 동기들과 둘러앉아 있었고,
상석에 실장을 맡고 계신 선배님이 앉아 계셨다.
정적이 무겁게 내려앉아 모두가 바짝 긴장해 있었다.
나는 그 위압감에 고개를 살짝 숙이고 숨죽이고 있었는데, 그때 실장님의 목소리가 적막을 깨뜨렸다.
“거기, 모자 벗어.”
나를 포함한 동기들이 고개를 돌렸고, 신랑을 눈여겨본 건 그 순간이 처음이었던 거 같다.
검은색 재킷에 검은색 비니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그는 황급히 모자를 벗었다.
날카로운 눈매와 매서운 눈빛이 단번에 인상에 남았다.
“꼭 현상수배범 전단지에서 본 얼굴 같았어. 무서웠다니까.”라고 회상할 정도니까.
지금은 동글동글해졌다.
그때는 상상도 못 할 인상.
그리고 몸매라든지... 몸매라든가 말이다.
눈빛만큼이나 연기 분석이 예리했고, 내가 생각하는 연기 지점을 항상 뛰어넘었다.
그게 대단했고, 늘 부러웠던 거 같다.
그렇다면 신랑이 생각하는 내 첫인상은 어땠을까?
딱히 첫 만남은 기억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그만큼 관심이 없었던 거겠지.
다만 어느 날 연기하는 내 모습을 처음으로 유심히 살펴보고는 생각했단다.
‘저렇게 힘 없이 연기하는 사람이 용케 합격했구나. 쟤는 오래 버티기 힘들겠다.’라는
매정한 점수를 매겼었다고 한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때 당시에 직접 이 말을 들었다면 아마 꽤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당시 나는 확실히 부족했다.
그래서 그 모자람을 채우기 위해 항상 분주했다.
전속기간 2년은 나를 다져나가는 시간이었다.
전속이 끝난 후에는
연기 학원에 다니며 부족한 점을 메워보려 했다.
그때는 부끄럽다는 마음보다 ‘버티고 싶다, 더 나아지고 싶다’는 간절함이 앞섰다.
지금은 발성교정 공부까지 이어가며
완벽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성장했고, 성장하고 있다.
첫인상이 맞을 때도 있겠지만, 결코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장한다.
일단 오늘의 나는 그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전해 주고 싶다.
지금 당장, 너무 서둘러 자신을 평가하지 말라고.
성급하게 단정하지 말라고.
누구도 알 수 없다.
사람이 어떻게 변하고, 또 얼마나 성장하게 될지.
나는 그 사실을, 내 첫인상과 신랑의 첫인상을 통해 새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