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길 잃은 그대를 위한 작은 나침반

by 성우 김태리

성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인터넷 카페를 뒤지던 어느 날,

집에서 왕복 2시간이 넘는 곳에 주말마다 모임을 연다는 성우 동아리를 찾아냈다.


“드디어 함께 연습할 사람들을 찾았다!”라는 기쁨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 보니 분위기는 예상과 조금 달랐다.

그리고 첫 스터디를 마친 후, 작은 실망과 함께 나는 서울로 가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다들 열정은 가득했지만, 표준어 구사도 어색했고, 연기를 짚어 줄 전문가도 없었다.

가장 연장자가 중심이 되어 모임을 이끌었지만,

연습은 체계적이기보단 ‘각자 하고 싶은 걸 하다가 서로 의견을 내는’ 식이었다.

뭔가 붕 뜬 느낌이었다.


그 동아리의 문제점이 선생님의 부재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동아리에 선생님이 꼭 필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모임을 이끌 수 있는 역량 있는 리더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는 독단이 아니라,

“오늘은 이 대본 분석 위주로 가자”와 같이 정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함께 토론하고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만 조성되면 충분하다.


요즘은 인터넷을 활용하면 어디서든 대본 리딩과 피드백이 가능하다.

나도 현재 ‘디스코드’나 ‘카카오톡 보이스 룸’을 활용해 훈련생들에게 피드백을 주고 있다.

주로 발음, 분석, 리딩을 알려주지만 호흡과 발성만큼은 예외로 둔다.


성우의 연기는 섬세한 ‘호흡’ 연기로 미세한 감정을 그려 넣는 작업이다.

마이크 앞의 숨소리, 미묘한 흔들림과 떨림들을 현장에서 직접 듣고 몸으로 느껴야만 교정이 가능하다.

그런데 몇 년을 공부한 친구들 중에서도 기본적인 호흡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고 있지만 호흡과 발성만큼은 ‘체득’하는 분야이기에,

빠른 성취를 위해선 반드시 오프라인에서 배우길 여러분께 권하고 싶다.


‘서울에 가야 할까?’를 수없이 고민하며 내가 결국 선택한 방법은 ‘작더라도 꾸준히 문을 두드리기’였다.

동화구연과 시낭송 대회. 점자 도서관 녹음, 동아리 모임, 소규모 오디오 드라마 제작 참여 등 매번 새로운 문을 열었다.

혹시 지금도 어디선가 과거 나와 같은 갈증을 안고 있다면,

완벽한 환경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길 바란다.

마음에 드는 동아리가 없다면 친구 하나 둘만 모아도 좋다.

스마트폰 녹음 앱 하나면 첫 스터디가 시작되니까.


중요한 것은 첫 발을 떼는 용기, 그리고 그 발걸음을 이어가는 끈기이다.


나름 정리하자면 ‘성우를 꿈꾸는 길에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 나의 결론은

“호흡과 발성은 오프라인,

작은 기회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그리고 끈기를 가지기”.


이 글이 당신에게 작은 나침반이 되길 바란다.


오늘도 용기 내어 문을 두드리고, 열어보자.

당신도 어디서든 첫 발을 내디딜 수 있다.

그리고 언젠가 마이크 앞에 선 당신의 첫 호흡이, 이 글을 기억해 준다면 나에겐 더없는 영광이겠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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