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반을 대상으로 낭독 수업을 진행해 보면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성우 지망생보다 더 빠르게 실력이 느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차이 중 하나는 바로 ‘목표를 대하는 태도’에 있는 것 같았다.
취미반 수강생들은 ‘조급함’이 없어서인지 시야가 넓고 습득 과정이 더 유연했다.
반면 생계와 나이에 대한 부담감은, 직업으로 삼고자 열심히 훈련하는 학생들에게 방해가 될 때가 있다.
욕심은 분명 좋은 연료가 되기도 하지만 지나치면 독이 되어 성장의 흐름을 막아버리기도 한다.
처음 낭독봉사를 시작했을 때가 떠오른다.
동화구연 선생님의 추천으로 점자도서관 낭독봉사 모집을 알게 되었는데 막상 가 보니 오디션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책의 몇 구절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모자란 실력인데, 그때는 얼마나 엉망진창이었을까.
다행히 인원이 부족했는지(?) 합격 통보를 받았다.
녹음에 앞서 시각장애인 체험도 하고, 점자 제작실도 견학했던 기억이 난다.
녹음실 담당 선생님은 나긋나긋 참 친절하셨고, 언제나 웃는 얼굴로 반겨주셨다.
집에서 꽤 먼 거리의 점자도서관이었지만, 그곳에서의 낭독봉사는 순수한 즐거움 그 자체였다.
몇 번이고 마음껏 다시 녹음할 수 있고, 원하는 만큼 읽을 수 있었다.
지칠 때까지 읽었던 거 같다.
스무 살의 체력 덕에 물 한 모금 안 마시고도 몇 시간씩 녹음에 몰두했었다.
도서관 소식지에 오디오북 작품명과 내 이름이 실렸을 때, 가슴이 두근거렸다.
‘더 잘 읽고 싶다’는 욕심이 몽글몽글 피어올라왔다.
장인정신으로 낭독을 빚느라 책을 여러 권 읽지는 못했다.
하지만 대학시절 방황하는 마음을 이곳에서 많이 채웠던 것 같다.
지방에 계신 성우 지망생이라면 점자 도서관의 오디오북 제작을 꼭 한번 검색해 보시기 바란다.
일정 수준 이상의 낭독 실력만 갖춘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는 귀한 기회이다.
물론, 단순히 ‘봉사’라고 가볍게 접근해서는 안된다.
앞이 보이지 않는 분들께 책의 내용을 오롯이 ‘전달’ 하는 일은,
단어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는 사명감을 필요로 한다.
사실 그때의 나는 사명감보다는 읽는 재미에 심취해 있었던 것 같다.
지금 그때의 녹음을 다시 듣는다면... 너무 들뜨고 정제되지 않아 얼굴이 화끈거릴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때의 열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잘 읽고 싶다'는 욕심이 몸과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는 요즘의 나는,
그때의 그 '낭독의 기쁨'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