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을 받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낮 맥
대낮에 시원한 맥주 한 잔.
물론 주말도 좋지만 잠금 해제된 느낌의 평일의 대낮이 더 즐거운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특히 생각지 않은 자유의 시간이 생겨 간단히 커피 한 잔 할까 했는데,
간단한 안주와 맥주를 마시게 되었을 때.
난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난 외국 여행 가는 게 너무 좋다.
아침 점심 저녁 상관없이 맥주를 물처럼 가볍게 자연스럽게 마실 수 있으니까.(이렇게 이야기하니 오해의 소지가 상당한듯한데, 저의 적정량은 330ml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아침부터 술을 시키면
‘해장술’
‘반주’,
‘그러니까 저 사람은 술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사람’
‘술쟁이’
하고 오해받을 수도 있고 특히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더더욱 점심때 맥주 한 잔을 못 한다.
근데 엄청나게 좋아하지 않아도 물 대신 맥주 반 컵 마실 수 있지 않나?
맥주 한 잔이 주는 여유로움이 난 좋은 것 같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고 불어오던 바람도 조금은 템포가 느려지는 듯한 기분.
밴쿠버에 열흘 정도 머물 때다. 아마 27살쯤이었나.
시차 적응으로 이 틀을 내리 잠만 자다가 오전 10시쯤 일어나서(아마 배고파서 일어났겠지) 아침을 먹으려고 근처 식당을 갔다.
아침햇살을 받으며 캐네디언들이 테라스 자리에 앉아서 칵테일 혹은 맥주를 모두가 마시고 있는 거 아닌가.
시계를 다시 보았는데 오전 10시 30분.
피식 웃음이 나면서 굉장한 자유를 느낀 나는 하나 남은 테라스 자리를 쟁취하며 메뉴를 받았다.
이 틀만의 식사치 고는 약간 가벼운 듯.
그렇지만 매우 만족스러운 이틀만의 첫 식사를 했다.
여기 사람들처럼 여유와 낭만을 느끼며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가졌다.
밴쿠버의 뜨거운 햇살 탓인지, 속이 비어있어서인지, 좀처럼 얼굴색에 변화가 없는 나도 붉게 변해갔다.
과하게 마시면 안 되지. 에헴.
근데 너무 맛 좋고 분위기 좋고 행복하단 말이지.
결국 그날은 예상했던 일정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만,
밴쿠버에 살고 있는 마냥 그 하루를 온전히 가졌다.
다녀와서도 다른 건 생각 안 나고 그날의 느낀 여유와 내가 행복했던 감정만 떠오른다.
제주도로도 여행을 종종 자주 가는데, 제주도 하면 또 점심시간 즈음 맛있는 음식과 함께 여유롭게 맥주를 즐겨줘야 제맛이다.
근데 내 취향은 화이트, 카스보다 외국에서 들어온 술이 맛있냐 말이다.
그래서 제주도에서는 포도호텔로 간다.
낮에 점심 식사할 겸 가는데 사실은 스텔라 생맥주 한 잔에 경치 감상이 내 의도다.
만약에 비라도 오는 날에는 더욱 감수성 수치가 올라가므로 꼭 창가 자리로 안내받도록 속으로 빈다.
감수성 폭발하며 낮에 내리는 비를 보며 목을 축여본다.
들려오는 음악이 내 세계에 멈추고, 바라보는 풍경은 내 것이 되어 풍요로운 기분에 휩싸인다.
영감이 마구 떠오르는 것 같다.
'그렇지, 나에게 영감은 아주 중요하지. 나는 지극히 예술가형 사람이니까'
그렇게 낮맥 한 잔에 나는 예술가가 되고 만다.
여유로운 낮 시간대에 생맥주 한 잔이면, 어느 작곡가 부럽지 않게 괜찮은 곡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에 붕 뜬 그 기분을 만끽하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낮맥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냐 말이다.
괜히 영감을 받으러 맥주 한 잔 하는 것이 아니고,
맥주 한 잔을 해야 영감이 떠오르는 그런 사람.
그게 나라니.
앞으로도 종종 대낮에 맥주 한 잔을 걸치자.
음악 하는 사람은 영감이 중요하고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