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못한 곳의 동경

언젠가 떠날 애정의 그곳

by 김성은

내가 동경하는 곳이 여러 곳이 있다.

하와이가 그렇고 보라보라섬이 그렇고 북유럽이 그 대상이다.

말로만 들었고 영상으로만 만나 본 곳들이기에 나 스스로가 상상하고 그곳에 대한 이미지를 생각하며 꿈을 꾼다.

가보지 못한 곳들은 ‘환상’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예를 들면 보라보라섬은 천국의 섬이라고들 하니,


‘천국을 맛볼 만큼 멋지고 여유롭고 더 이상의 것은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곳이겠지?’


하고 말이다.

하와이는 맘먹으면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5박 7일 정도의 일정으로 잠깐 다녀오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 갈망한 곳이라서 미루고 있다.

한 달 정도는 지내다 오고 싶은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내가 위의 세 곳을 동경하게 된 계기들은 이렇다.


사실 제일 오랜 시간 동경한 곳은 ‘타히티’의 ‘보라보라’ 섬이다.

처음 알게 된 건 드라마에서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쯤 mbc에서 방영한 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에서 주인공인 성유리 씨가 그곳에 일을 하러 갔다.

그런데 풍경이 어찌나 멋진지 tv속에 빨려 들어가 마음을 홀 딱 빼앗기고 말았다.

보라보라의 풍경이 보고 싶어 그 드라마를 보았다고 해도 되겠다.

그렇게 내 미래의 신혼여행지로 마음속에 도장을 쾅 박았더랬지.

그렇게 동경하고 있을 때 친구 중 한 명이 군악대로 군 생활을 하며 배를 타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연주 활동을 했는데


"제일 기억에 남는 곳이 어디야?"


하고 물었더니,


“타히티의 보라보라섬”


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보라보라를 안다고 하니 친구는 놀라며 반가워했다.

보라보라를 안다고 한 친구가 처음이라면서.


고갱이 사랑한 섬, 타히티.

달과 6펜스와 요시모토 바나나의 무지개도 사서 읽었더랬다.

시간이 흘러 나도 결혼을 하고 보라보라로 신혼여행을 가지 못했다.

우린 멕시코 칸쿤을 다녀오게 되었다. 물론 이유가 있지.

남편과 둘이서 ‘보라보라’ 갈 경비로 친정 부모님도 함께 모시고 ‘칸쿤’을 갈 수 있다는 말에

바로 ‘칸쿤’이요! 했다.

'보라보라'를 가고 싶어 했던 오랜 갈망의 시간보다 신혼여행을 여태 못 간 엄마 아빠가 더 마음에 쓰였다.

넷이서 함께 했던 추억이 생겨 6년이 지난 지금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죽기 전에 ‘보라보라’ 가기!”


될 수 있음 젊을 때 가자고 대동 단결했다.



하와이는 이렇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모아나’ 영화를 보면서다.

‘하와이가 꼭 그럴 거야’


하며 나는 동경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와이는 주위 사람들도 많이들 다녀오기도 하고 하와이를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그만큼 매력이 있고 멋진 곳이라 한 번도 못 가본 사람과 여러 번 가본 사람으로 나뉜다고.

영화 ‘모아나’에서 만난 풍경을 보면 그 말은 사실인 것이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언젠가 가는 날을 기다려야겠다.


북유럽은 ‘디자인의 나라’이면서도 ‘오로라’를 경험할 수도 있는 곳.

결혼하면서 남편은 내게 희생을 많이 했다. 그의 인생에서 내가 우선시 되었고 자신의 전공, 자신이 좋아하는 일보다는 내가 하는 일에 더 많은 도움을 주며 시간을 보냈다.

디자인 전공인 남편에게 선물처럼 북유럽을 함께 가고 싶어 진 거다.

미안한 마음의 보상심리겠지만.

오로라는 딸아이의 그림책에 조금 자주 등장한다.

막연한 이미지를 상상하기 시작한 딸아이와 나.

북유럽에서 볼 수 있다고 하니 그곳을 동경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가보지 못한 곳들에 동경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곳에 더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보상심리가 생긴 듯하다.

그에 비해 다녀왔던 곳들은 미련이 남거나 미련이 없거나.

멋진 곳을 다녀와도 어떤 누구와 어떤 감정으로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쌓았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 같다.


“거기 너무 좋았어. 정말 멋진 곳이었어. 기회가 된다면 또 한 번 가보고 싶어.”


“다녀왔는데 그냥 뭐, 그랬어. 멋진 곳이긴 한데 한 번으로 족해!”


같은 곳을 다녀와도 각자의 의견이 달라진다.


나는 오늘도 내가 동경하는 곳들 중에서 가장 가까운 하와이 여행기를 찾아본다.

언제쯤이면 한 달 동안 하와이를 갈 수 있으려나.

‘열흘이라도 다녀오면 괜찮으려나’ 하면서 이 날짜 저 날짜 넣어가며 괜히 검색을 시도하기도 한다.

함께 가고자 하는 가족 구성원 누구에게도 의견을 묻지 않고 혼자서 은밀하게 진행한다.

어차피 몇 년간은 못 나갈 듯 하니, 그냥 검색만 해 본다.

언젠가가 될지 모르나, 비행기표를 다 끊어놓고 여행 일정을 발표하는 상상을 한다.



하와이안 피자를 하와이에서.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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