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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Dec 11. 2023

<새벽의 스팸 메일>

새벽의 스팸 메일


얼마 전부터 무료 이혼법률 상담 스팸 메일이 오기 시작했다. 열어 보지도 않고 당연히 삭제했었고, 스팸 메일로 이동시키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놔뒀었다.

이 시간에 메일함을 열어 봤더니 또 무료 상담 스팸 메일이 와 있다. 호기심에 한번 열어봤다.


“상대방의 잘못과 실수의 무게가 여러분의 삶을 짓누를 수 없습니다.

만약, 결심하셨다면 당당히 한 걸음을 내딛으세요.”


‘당당히 한 걸음을 내딛으라’.. 한 걸음 내딛기도 무수한 내적 갈등이 있겠지만, 그 후 두 걸음, 세 걸음 내딛기는 더 어려운 게 경제력 없는 이혼녀의 삶이다.

그리고, 상담료는 얼마 안 한다. 수임료가 비싼 거지.


첫 번 결혼 보다 두 번째, 세 번째 결혼은 더 깨지기 쉽고, 재혼, 삼혼의 경우에는 나이가 육칠십 세가 넘어가게 되면, 소위 ‘핏줄이 땡긴다’고 하여 배우자를 배제하고, 각자의 자식들에게 재산 증여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그러한 이유로 다시 한번 법률혼이 깨지기도 한다고 한다.


하여 뼈를 깎는 인내로 첫 번째 결혼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을 하는 사람도 많다.

물론 사람마다 나이대나 처한 상황이 각양각색일 테니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이게 뭔지는 몰라도 첫 남자였던 남편 외에 다른 사람과 살을 맞대고 산다는 건 상상이 안 간다. 혼자 살면 살았지. 그리고 애는 어쩐단 말인가. 성인의 나이가 됐어도 자식은 언제나 보호해야 할 대상이고, 이혼으로 홀로 된 자식은 만약에 부모에게 각자의 새로운 배우자가 생긴다면 어디 가서 마음을 의지할 수 있을까. 그 헛헛함은 누구에게서도 채워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이런 스팸 메일 좀 보내지 마라. 필요하면 내돈내산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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