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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Dec 14. 2023

<송년 모임>


어제저녁에 고딩 친구들 송년 모임이 있었다. 그래도 올해는 네 명 다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서너 번은 만났던 것 같다.

일 년에 한 번도 보기 어려웠던 시기도 있었으니까.


우리 넷 중에 세 명은 딸 하나씩만 있고, 나머지 한 명은 딸이 둘이다. 각 가정마다 남한테는 터놓지 못할 괴롭고 어려운 일들이 있었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도 있고, 가족 내 빌런으로 인해 절연하지 않는 이상 어깨의 짐을 내려놓지 못하는 친구도 있다.


그래도 그 어려움 속에서 아이들이 반듯하게 자라 어느덧 대학 졸업을 앞두고서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집이 두 집이 있다.


누구 못지않게 고행의 길을 걸어온 한 친구는 종교의 힘으로 언제나 온화한 미소를 입가에 띠고 있지만, 그 속은 아직도 사십 년 이상 남은 내 인생을 언제 리셋을 해야 하는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서류만 정리 안 한 친구는 산후휴가 이후로 이직을 할 때 이외에는 25년 이상 쉬지 않고 일을 하며, 혼자서 꿋꿋하게 아이를 키워왔다. 물론 친정집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와서 가능하기도 했었다.


어쨌거나 사네 못 사네 해도 혼인관계를 유지하며 남편과 한 집에서 살고 있는 집은 나와 이촌동 친구뿐이다.


저녁 식사 후 카페의 둥그런 테이블에 둘러앉아 심각한 얘기들을 하면서도 웃음을 터뜨리던 친구들을 보니, 갑자기 연대 퀸이었던 친구 빼고는 세 명 다 처음 사귄 남자와 7-8년을 연애하고 결혼을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나처럼 너네 둘도 처음 사귄 남자랑 결혼한 거였지?”라고 확인차 물어보자, 두 명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에 나는  “아우. 이 또라이들아~“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다들 배꼽 잡고 웃으면서, 우리 그때는 너무 순진했었어.

요즘 같으면 이게 어디 말이 될 일이냐.


연애결혼이 조건 맞춰 결혼하는 것보다 오히려 이혼율이 높다더라. 는 말에 모두가 수긍을 했다.


요즘은 결혼 얘기 나왔을 때 말한 돈 액수가 결혼 진행하면서 몇 천이라도 차이가 나면, 바로 깨지는 커플도 많다고 한다는 얘기를 하니, 구(舊) 연대 퀸은 ”에휴~“라며 자기도 그랬어야 됐다라고 하고. 연이어 나도 ”나는 덤탱이를 썼다. “라고 말하며 나의 많이 모자랐던 때를 한탄했다.


우리는 “요즘 애들이 똑똑한 거지. 굳이 고생길로 스스로 들어설 이유가 없지.”라고 서로 동의를 했다.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하랴.

그게 좋게 말해서 운명이고, 다른 말로 ”팔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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