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아빠는 Pat boone의 캐롤을 틀곤 하셨다. 이제 찾아보니 팻분 할아버지가 우리 아빠와 동시대 사람이었네.
아빠의 생신이 크리스마스 언저리 때라 매년 병원 건물 꼭대기 층에 있는 살림집으로 온갖 친척들이 다 모이거나, 어떤 해에는 그 지역 후배 개원의들을 초대해서 푸짐한 요리들과 위스키를 드시며 왁자지껄한 생일날을 보내기도 하셨다.
그런 날이면 나는 음식 준비를 하시는 할머니, 엄마, 작은 엄마들을 도왔고, 위스키에 넣을 얼음을 얼리고, 위스키잔, 아이스 버켓과 얼음 집게를 닦아 준비를 해 놓는다. 또, 식사 후 디져트로 제공되는 과일과 원두커피 내리는 일은 언제나 내 담당이었다.
친척 어른들과의 모임은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대학생 때 아빠 후배분들을 대접했던 날에는 긴장을 많이 했었다.
준비된 고기 요리 등을 흰색 종이가 덮혀진 상 위로 서빙할 때도, 위스키 잔과 아이스 버켓을 내어 갈 때도 실수할까 봐 얼어 있어서, 손님들이 나에게 질문을 하면 어버버 하면서 대답을 잘 못했던 기억이 난다.
생신 파티가 끝나고 나면 아빠는 화려한 문양의 원목으로 테두리가 치장된 일인용 큰 가죽 소파에 앉아 올드 팝이나 팻분의 캐롤을 들으시면서, 노래를 흥얼거리시고 흡족한 표정을 지으시곤 했다.
아빠 나이 한창때 돈 잘 벌고, 잘 나가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그날의 아빠가 흥얼거리시던 Pat boone의 Silver bell을 들으면서 아련한 기억 속으로 빠져본다.
팔십 대 중반을 넘어선 아빠는 아직도 일을 하시고 계시고, 여전히 크리스마스에는 Pat boone의 Silver bell을 틀어 놓으신다.
https://youtu.be/LSPLHgOu80U?si=xWVIw8Z5VUMV7XKI
*가사
City sidewalks, busy sidewalks
Dressed in holiday style
In the air there's a feeling of Christmas
Children laughing, people passing
Meeting smile after smile
And on every street corner you'll hear
Silver bells, silver bells
It's Christmas time in the city
Ring-a-ling, hear them ring
Soon it will be Christmas day
Strings of streetlights, even stoplights
Blink a bright red and green
As the shoppers rush home with their treasures
Hear the snow crunch, see the kids bunch
This is Santa's big scene
And above all this bustle you'll hear
Silver bells, silver bells
It's Christmas time in the city
Ring-a-ling, hear them ring
Soon it will be Christmas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