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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커피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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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Feb 03. 2024

 Prologue

이제는 커피에 미친것도 아니고 안 미친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다사다난”이라고 간단하게 말하기엔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길목에서 나를 버티게 해 주었던 건, 또한, 나를 더 아프게 했던 것도 커피였다.


사오 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될 것 같다. 친정 부모님과 합가 한 지 사 년쯤 되었을 때, 내 엄마는 오래 전의 뇌종양 수술 때문이었는지 점점 더 이기적인 할머니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빠는 고전에나 나올 법한 ‘출가한, 그렇지만 부모님을 모시는 딸자식의 역할’을 부지불식간에 강요를 하고 있었다. 남편은 합가를 하면서부터 회사일이 바쁘다고 주말에도 집에 있는 날이 드물었고, 아이의 수술 이후로는 나에게 짜증을 넘어 하루도 흠을 잡지 않고 넘어가는 날이 없었다. 중 1 때 큰 수술을 받고서 평생 환자가 되어버린 아이는 몸이 아파서 대학병원 응급실과 진료실, 검사실을 들락날락하느라 학교를 못 가는 날이 더 많았다. 여기에 아이의 절망과 분노, 사춘기의 혼돈이 더해져 어떤 날에는 나에게 물건을 던지며 욕을 하곤 했었다.


그 누구 하나 아니, 나 조차도 내 마음속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던 나는 마음의 병을 얻었고, 불면의 밤을 보내던 어느 날에는 새벽 두세 시에 베린다로 나가 저 밑을 쳐다보며, ‘지금 여기서 뛰어내리면 이 고통이 끝나는데..’라고 되네이며, 결국엔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가슴을 부여잡고 울곤 했었다.


아이 병수발 하느라 몇 년을 흘려보내고 나니, 이제 아이가 학교도 거의 매일 다닐 수 있게 회복이 되어 있었다. 마음의 여유가 생긴 나는 그제서야 거울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아.. 내 얼굴이 이랬구나.. ’ 누가 와서 툭 건들기만 해도 눈물을 줄줄 흘릴 것 같은 표정. 온갖 불행이 얼굴에 드러나서 그 불행이 지나가는 사람에게 묻을까 봐 아무도 내 곁에 오지 않을 것 같은 그런 표정이었다.


그래도 나보고 죽지 말고 살으라는 하늘의 뜻이었을까. 딸아이 친구 엄마가 말해주길, 고용지원센터에서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으면 여러 가지 교육을 정부 지원을 받아 저렴하게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뭐라도 배우면 이 징글징글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이 생겼다.

교육 과목을 선택할 때 집에서 교육장소가 가까우면서, 꼭 배워야 할 것과 배워보고 싶은 것을 골랐다. 컴퓨터 오피스 프로그램과 바리스타 과정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커피 글을 다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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