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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Mar 30. 2024

간장게장


새 학년 새 학기에 돌아온 "목요일의 기사"는 이번주도 딸아이를 픽업해 왔다. 발등이 붓는 증상으로 최근에 새로운 질병을 진단받아서 그런지 두 시간 넘게 운전하는 동안 발이 더 퉁퉁 부어서 운전하기가 힘들었다.

딸아이는 컨디션이 안 좋다고 금요일 오후까지 자다가 내가 외출한 사이에 학교에서 만들어 온 깜빠뉴 빵 봉지를 들고 남친을 만나러 가버렸다. 카톡으로 빵 어딨냐고 물었더니 남친한테 다 갖다 줬다고 한다. 엄마 아빠는 빵 맛도 못 봤다고 그러지 말라고 한 소리 했더니, "내 맘이지"라는 답톡이 왔다. '그래, 지금 너의 세상에는 너와 남친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으니까. 집 전화기로 밤을 새워 전화통화를 해서 그 당시에 전화요금이 7~8만 원씩 나와서 엄마한테 혼났던 기억이 났다.


늦은 시간에 집에 돌아온 딸아이는 오늘 아침 먹고 하루 종일 자다가 갑자기 5시 46분에 일어나서는 사전 투표 하러 가야 한다고 차를 태워 달라고 했다. 국회의원 선거일이 4월 10일인데 딸아이가 하도 급하게 서두르니 생각할 틈도 없이 아이를 차에 태워 오분 거리의 행정복지센터라 불리는 동사무소로 향했다. 차에서 내린 아이는 불 꺼진 동사무소 문을 살짝 밀어 보다가 다시 차로 돌아왔다. “이상하네. 할 수 없지. 투표 안 해”하면서 집에 가자길래 내가 시청에 전화해 보라고 했다. 딸아이가 쉬는 날인데 어떻게 통화가 되냐고 하길래 당직실에 사람이 있어서 전화받을 거라고 했다. 시청에 전화를 건 딸아이는 “오늘은 통화가 불가하다”는 안내 멘트만 듣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답답한 나는 전화를 끊지 말고 안내 멘트를 더 들어 보라고 했다. 딸아이는 다시 시청에 전화를 걸어 “당직실로 연결이 됩니다”라는 안내를 듣고서 직원과 통화를 하게 되었다.


“사전 투표하러 나왔는데 동사무소 문이 닫혀 있어요.”

“사전 투표일은 4월 5일, 6일입니다. “

”아 네.“


푸하하하. 자다 나와서 이게 무슨 일인가. 그 엄마에 그 딸인 것인가.


오늘 낮에 내가 주문한 <간장게장>이 배송됐다는 문자를 헬스장에서 받고서, 집에 있는 남편한테 간장게장 꺼내서 냉장고에 넣어 놓으라고 톡을 보냈었다. 조금 있다가 남편한테서 톡이 왔다. ”이거 생꽃게인데?“ 그 말을 믿을 수 없던 나는 ”아니야. 나 간장게장 시켰어.“라고 답톡을 보냈다. 그러자 남편이 집에 와서 보라고 했다.

집에 오자마자 김냉을 열어보니 진짜 싱싱한 꽃게 네 마리가 포장되어 있었다. 속으로 ‘나 왜 이러나’ 싶으면서 내가 간장 끓여서 식힌 후에 꽃게에 부어서 직접 간장게장을 만들겠다고 했다. 남편은 자기가 운동하고 오는 길에 미나리랑 무, 야채를 사 올 테니 꽃게탕을 끓여달라고 했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 된장도 풀고 코인링 육수도 넣고, 남편이 좋아하는 MSG 가득한 매운탕 양념도 듬뿍 넣어줬다. 나박썰기한 무를 먼저 넣어 살짝 익힌 후에 손질한 꽃게와 간 마늘을 넣고 한 번 부르르 끓였다. 여기에 두부, 청양고추, 홍고추, 대파를 넣고 한 번 더 끓인 후 미나리를 마지막으로 넣고 삼십초 후에 가스 불을 껐다.

남편과 아이가 분주하게 꽃게탕 국물을 먹으면서 최근에 내가 한 요리 중에 제일 맛있다며 웬일로 칭찬을 반복해서 한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한 마디를 더한다.


"간장게장의 꽃게탕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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