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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Mar 28. 2024

언니가 가고 있다


언니는 어제저녁 델타 항공사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일정이었다. 저녁 비행기가 한 번 더 딜레이 되면서, 미네아폴리스에서 트랜짓 해야하는 비행기를 탈 수 없게 되어 버렸다고 한다. 이 상황을 공항 직원에게 얘기했더니 비행기 티켓을 오늘 날짜로 바꿔주면서 비지니스석 한 자리 남은 걸로 좌석을 예약해 주고, 공항에서 셔틀로 오분 거리에 있는 호텔까지 잡아줬다고 한다. 델타 항공은 대한항공과 코드 쉐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신속한 응대는 대한항공 직원이 해줬다고 한다. 언니는 호텔에서 하룻밤 묵으면서 보이스톡으로 "역시 한국 사람 종특"이라고 하면서 상당히 만족해했다. 이 통화를 끝으로 언니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지금쯤은 태평양을 다 건넜으려나.. 언니가 옆에 있으니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외로움도 느껴지지가 않았다. 서로 이해시키려고 애쓰거나 큰 노력 없이도 피를 나눈 사람들끼리의 끈끈한 그 무엇인가가 있었다.

오늘 늦게 출근하는 남편이 웬일로 내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나도 오랜만에 옆에 누워 별이와 아웅다웅하고 있었다. 남편이 "그래, 처형하고는 화해했어?"라고 물어왔다. 나는 첫날 공항에서 언니를 기다리면서 새벽이라 졸렸는지 자꾸 눈물이 나왔고, 게이트에서 사람들 틈에 섞여 있는 언니를 보니 언니는 그냥 작은 동양 여자였다는 걸 그때서야 알게 되어 눈물이 났다고 했다. 눈물을 흘리는 나를 보자 언니는 “왜?” 그랬고, 나는 “반가워서”라고 얼버무렸다는 말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또 울먹였다. 가만히 듣고 있던 남편은 잠시 아무 말도 안 하다가 갑자기 “처형하고 목소리가 똑같다”라는 말만 던졌다.

남편은 학창 시절부터 우리 언니를 무서워했었다. 롱 롱 히스토리가 있지만 조용히 생략하고 넘어가 본다.


나이가 들수록 자매지간이나 엄마와 딸의 목소리가 점점 비슷해지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특히 전화 목소리는 그 차이를 구분하기가 더 쉽지 않다.

우리는 한 집에서 한 부모 아래서 자라다가 각자 세상으로 나가 수십 년을 헤매고 살아왔다. 나이 들어 목소리가 비슷해지는 현상은 아마도 가족의 뿌리를 찾아 다시 돌아오게 되는 본능의 발현일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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