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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커피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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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Apr 10. 2024

친구의 커피


사전 투표는 미리 해놨겠다.. 나는 밖으로 바람 쐬러 나가고 싶었다. 어제 라운딩 나갔다가 근처 딸아이 숙소까지 들리고서 밤늦게 돌아온 남편은 소파와 물아일체가 되어 있었다. 눈을 떴나 싶으면 어느새 핸드폰을 손에서 떨어뜨리며 다시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두 시에 부동산에 볼 일이 있어서 머리를 감고 대충 립스틱만 바르고 나섰다. 주차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이름도 예쁜 'forever'에게 급히 카톡을 보냈다.


"투표했어?"

“ㅇ.ㅇ“ ”아까“


”뭐해?“

"그냥"  "있어."


“심심해서 연락함ㅋ"

“ㅎㅎ“ ”여섯시까지 빈둥“

......


이리하여 급 만남이 성사되었다. 볼 일을 끝내고 친구가 검색해서 보내준 분당 카페로 향했다. 상업지구 한 가운데에 있는 마당이 있는 카페였는데, 사람은 많고 커피는 그닥 맛이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우리는 ‘얼음이 왕창 들어간 딸기바나나 쥬스‘를 마시며 소음 속에서 겨우 대화를 이어갔다. 음료가 만족스럽지 않았기에 맛있는 커피를 마시러 가고 싶어졌다. 또, 친구에게도 커피 맛집을 소개시켜 주고 싶었다. 그래서 2차로 분당 <나무사이로>로 향했다.



스페셜티 커피를 접한 이후 나는 친구에게 다양한 커피를 맛보게 해주고 싶어서 이 카페 저 카페로 데리고 다녔었다. 내가 좋아하는 에티오피아 커피와 케냐 커피를 필두로 중남미 여러 나라의 커피를 맛보도록 권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는 “나는 스타벅스 커피가 제일 맛있는 것 같아..”라고 했다. 그때서야 ’그동안 나한테 맞춰주느라 힘들었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는 더 이상 커피를 권하지 않았었다.



공휴일인 오늘 <나무사이로>는 복작복작했다. 주문을 하고도 한참이 지난 후에야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웬만해서는 불평을 하지 않는 친구인데, “커피를 만들어 가지고 오나 보다.”라고 말할 정도로 기다렸다.

친구가 시킨 커피는 브라질 커피였다. 따뜻한 드립커피를 한 모금 넘기고는 “이 커피 맛있다. 신맛이 안 나서 좋다.”라고 했다. 그리고, 커피 해설 카드를 보더니 그 커피 이름이 쓰여진 드립백을 몇 개 샀다.


드디어 찾은 것인가.. 인생커피는 아니더라도 친구의 “취향저격 커피”를.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산미 있는 커피, 달콤한 커피, 질감이 좋은 커피를 먹여오던 나는 센스가 부족해도 한참이 부족했던 것이다. 스벅 취향이면 바로 브라질을 떠올렸어야 했는데, 내 욕심 때문에 한참을 돌아와 친구의 취향을 찾게 되었다. 드립백을 사는 친구를 보면서 그동안의 나의 미션이 완성된 느낌이 들었다.


“커피 미션 컴플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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