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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Apr 21. 2024

애착인가 집착인가?


요즘 시험기간이라고 5월 초까지는 딸아이가 집에 안 오겠다고 한다. 지난주에는 다행히 우리의 방문을 허락해 줘서 남편과 함께 아이와 점심도 먹고, 카페에서 화창한 날씨를 잠시나마 즐길 수 있었다.


이번 주에도 짧은 만남이라도 기대하면서 가족 단톡방에 톡을 올렸다.


“엄마 갈까?”

"바빠. 오지 마 “


‘우잉~ 까였다..’


아무 말도 없던 남편은 금요일 한밤중에 보스턴 백을 챙겨 중문 앞에 놓아뒀다.


“내일 골프 가?”

“응”


다음 날 아침에 나는 혼자 소파에 앉아 집안에 감도는 휑한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커피도 맛이 없고 음악도 듣기 싫었다. 옆에들 있으면 밥 차리고 치우는 게 귀찮기만 한 존재들인데, 옆에 없다고 이럴 일인가 싶었다.

특히나 이제는 그러려니 할 법도 한데, 미리 얘기도 안 해주고 혼자 신나서 골프장으로 가버리는 남편에게 유기된 느낌마저 들었다. 한참 시즌이라 일주일에 두세 차례 나가서 시꺼멓게 타서 들어오곤 한다. 중년에 체육인의 삶을 살고 있다.


“앞으로는 골프 약속 미리 얘기해라. 그래야 나도 약속 잡으니까.”

"알았어"


가족 단톡방에 톡을 올린 후 친구에게 SOS를 쳤다. 밥 먹고 커피 마셔달라고.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 그런지 분당 율동공원 주차장에 빈자리가 듬성듬성 보였다. 나의 이 그지 같은 버림받은 느낌을 forever에게 얘기를 했다.


"너도 애나 남편 스케줄 신경 쓰지 말고 살아"

"그런데 나는 전업주부로 오래 살아서 그런지 가족들이 집에 있을 때 혼자 밖에 나다니는 게 왠지 마음이 편치가 않아."


거의 평생을 맞벌이하면서 산 자와 아닌 자의 생각 차이인가 싶기도 했고, 이런 게 '빈 둥지 증후군’인가 싶기도 했다.

그래서 요즘 들어 모든 것이 심드렁해지면서 의욕이 없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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