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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Apr 16. 2024

특별한 아이


새로 나가게 된 학교에 약간 부족한 학생이 수업을 듣게 되었다. 저학년이라서 그렇다기엔 뭔가 달랐다. 첫날 돌봄 선생님이 직접 아이를 교실까지 데려다주면서 두리뭉실한 설명을 해줬다.

첫날은 오리엔테이션을 하면서 교재 레벨을 정하기 위한 테스트 시간으로 계획을 잡았었다. ABC도 잘 모르는 저학년 테스트 용지는 알파벳 대문자와 소문자를 쓰게 만들었었다. 책상 사이를 걸어 다니면서 살펴보니 대부분의 아이들이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부족해 보이는 학생만이 알파벳 26개 대소문자를 다 채워 넣고 있었다. 그때 그 아이는 영화에서 소재로 사용되던 autism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을 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그 아이의 학습 습득 능력은 다른 아이들보다 오히려 빨랐다. 수업 시간에 갑자기 맥락 없는 얘기를 한다거나 다른 학생 자리로 가서 수업 내용을 설명한다거나 하는 일이 매 수업 시간마다 있었다. 그 정도는 흔히 있는 일이기에 문제라고 여겨지지는 않았었다. 다만 다른 학생들이 원하지 않는데 다가가서 영어를 가르쳐 준다던지, 쉬는 시간에 게임을 가르쳐 준다던지 하는 게 마찰을 일으키곤 했다. 학생들도 그 아이가 조금은 특수하다는 걸 인지는 하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초반에는 그런 튀는 행동을 해도 가만히들 있었는데, 요즘 들어 톡톡 한 마디씩을 쏴대기 시작했다. 서너 명이 동시에 그 아이를 쏘아보면서 말이다.

중간에서 어느 한 편만 들기도 애매한 상황들이 벌어지곤 했다. 대놓고 너희가 이해하고 참아줘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oo를 불러서 이렇게 하면 아이들이 불편해하니 하지 말자고 얘기해 놓고, 아이들에게는 "이제 oo는 그렇게 안 할 거야"라고 얘기를 하곤 했었다.

지능이 부족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나 공감능력이 부족한 듯 보였다.


첫날 A4 용지에 가득 채워진 알파벳을 보면서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고, 그 부모님의 마음은 어떨까 싶어서 울컥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내다 보니 학생들 간에 크고 작은 마찰이 생기기도 하고, 내가 하는 말은 그 아이에게 들리지가 않는 것 같았다. 어떤 날은 나도 모르게 수업 시간에 큰 한숨을 내쉬게 된 날도 있었다. 주고받는 게 아니라 각자 서로 다른 말만 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어떻게 하면 큰 문제없이 무사히 한 해를 보낼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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