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tlionheart May 20. 2024

프로혼밥러


다섯 식구가 볶닥거리던 때가 그립지는 않지만, 오늘처럼 혼자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때면 그냥 그때의 저녁 시간이 사진처럼 또렷이 머리에 그려진다.


아이 병수발 겸 까다로운 아빠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서 또, 남 보다 못한 사이가 돼버린 남편의 마음을 잡아 보려고 여성회관에서 요리를 한 일 년 배웠었다. 장 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레서피대로 음식을 하다 보면 두세 시간은 훌쩍 지나가 있었다. 종목은 한식, 양식, 중식 다양했다. 오랜만에 카카오 스토리에 들어갔더니 사진이 몇 장 남아있다.

주방은 난장판이 되었지만, 식탁등 아래에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음식들은 만드느라 걸린 시간이 무색하게도 순식간에 사라지곤 했었다.

연세가 들어 부쩍 커지신 아빠의 목소리, 아직은 병약했던 딸아이의 얼굴,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었던 듯한 남편의 “잘 먹었습니다”라는 말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요즘은 정신적 허기가 많이 가셨는지 주사제 덕분인지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인센스를 피워놓고 한 손으로 턱을 괴고 그때를 곱씹어 본다.


그때의 음식사진을 몇 개 올려봅니다.

즐거운 저녁 되세요.


이태리 가정식:스파이시 치킨과 쿠스쿠스, 블루치즈 소스 샐러드
화이트 새우 튀김
탕수육과 해물짜장면
문어 카르파쵸
매거진의 이전글 홍대입구 B클럽 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